전 세계 자유무역협정(FTA) 흐름은 '투 트랙'이다. 처음엔 한ㆍ미 처럼 두 나라간 관세장벽을 철폐하는 양자간 FTA가 중심이었지만, 이젠 TPP나 RCEP처럼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간 FTA가 힘을 얻고 있다. TPP 외에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진행하고 있는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경제연합(EEU) 등 '메가 FTA'시도는 현재 전 지구적 레벨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2월 협상을 시작한 TTIP는 세계 1, 2위 경제권을 하나로 묶는 그야말로 'FTA 중의 FTA'로 평가 받는다. 경제규모도 그렇지만, 그 자체가 국제무역규범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 거대 경제국들을 견제하기 위한 '선진국 동맹'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지난 2000년 시작된 EEU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옛 소비에트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정치적 야심이 담겼다. 러시아를 비롯해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 6개 회원국과 3개 옵저버국으로 구성돼 있다. EU에 대응하는 경제권을 만든다는 구상인데, 다만 회원국들의 경제력 수준이 높지 않아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북아 3국의 경제협력체인 한ㆍ중ㆍ일 FTA 역시 인구 15억명, GDP 14조 달러에 이르는 거대 규모로 타결 시 10년간 최대 163억달러(18조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경제적 이해관계뿐 아니라, 과거사 및 영토분쟁 등 얽혀있는 사안들이 워낙 많아 진전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많다.
갈수록 메가 FTA가 부상하는 이유는 양자간 FTA에 비해 무역 효율성이 높기 때문이다. 제품 원료 구입부터 생산, 가공, 판매에 이르는 과정에 다수의 국가가 얽혀 있는 만큼, 관련 국가끼리 한번에 협정을 맺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원샷 원킬'전략인 셈이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G2간 패권싸움도 다자간 FTA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FTA 등 무역협정이 블록화 되면서 지역별로 도미노처럼 생겨나는 경향이 있다"며 "심화될 경우 오히려 역외보다 비싼 제품을 역내에서 수입하게 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세계 무역지도가 새롭게 그려지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올해에만 무려 10여 개의 양자간 FTA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 중 현재 상반기 내 타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 FTA는 ▦한ㆍ캐나다 ▦한ㆍ뉴질랜드 ▦한ㆍ인도네시아 정도. 특히 한ㆍ캐나다 FTA의 경우, 작년 11월 5년 만에 협상이 재개된 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밖에 중국, 베트남, 터키 등과 연내 성과를 목표로 적극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의 최대 승부처는 한ㆍ중 FTA이다. 현재 양국은 9차례 협상을 통해 초민감품목에 대한 양허 초안을 교환했고 상반기 안에 개방품목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실제협상까지는 거센 파도가 불가피해 보인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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