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가전제국' 일본 소니가 또 한번 극약처방을 꺼내 들었다. PC부문을 매각키로 한 데 이어, 이번엔 모태사업인 TV까지 분사를 통해 떼어내기로 했다.
이제 소니는 ▦가정용 게임기(콘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중심으로 한 모바일 기기 ▦디지털 카메라 등 3가지 사업을 주력으로 삼게 됐다.
소니는 2013 회계연도(2013년4월~2014년3월)에 매출 7조7,000억엔, 영업이익 800억엔, 순손실 1,100억엔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6일 공식 발표했다. 거듭된 구조조정과 엔저 호재에도 불구하고, 우리 돈으로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보게 된 것이다.
히라이 가즈오 소니 사장은 실적 발표 직후 TV 사업 분사와 PC 사업 매각을 통해 올해 말까지 일본 본사에서 1,500명, 전세계 법인에서 3,500명 등 총 5,000명을 감원한다는 구조조정 계획도 내놓았다.
일본은 물론 세계 가전업계는 소니의 TV분사계획을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TV는 오늘날의 소니를 만든 간판사업이기 때문이다. 파나소닉과 함께 2000년대 초까지 세계 시장을 양분했지만, 삼성전자의 기술ㆍ마케팅 공세에 밀리면서 10년 연속 적자를 냈고 결국 본사에서 떨어져나가는 수모를 겪게 됐다.
소니는 TV사업을 7월까지 분사 완료키로 했다. 제품도 보급형 대신 프리미엄 제품군인 울트라 고화질(UHD) 위주로 재편, 올해부터는 흑자 전환하겠다는 목표다.
데크스톱과 노트북 등 PC사업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소니는 이날 사모펀드인 일본산업파트너즈와 PC부문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다음달 말까지 본 계약을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한때 최고급 평가를 받았던 소니 노트북브랜드 '바이오'의 앞날도 불투명해졌다.
업계는 소니의 TV분사와 PC매각을 '선택과 집중'을 위한 고육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상징성 강한 모태사업이라도 떼어내고, 게임기와 모바일기기 및 카메라 등 잘 할 수 있는 분야에만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소니의 구심점은 더 이상 TV가 아니라, 게임기와 스마트폰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소니는 TV에 인터넷 기능을 추가해 영화, 게임 등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가정의 홈엔터테인먼트 중심기기(허브)로 삼았는데 앞으로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PS)4'가 중심에 서게 된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선보인 PS4의 반응이 좋아 핵심사업으로 부상했다"며 "인터넷과 영화, TV 기능이 게임기에 모두 결합돼 홈엔터테인먼트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도 분기당 1,000만대씩 올해 4,00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PC 사업의 공백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대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니의 부활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스마트폰시장은 이미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분하고 있는 상태이고, 디지털카메라 등은 시장규모 자체가 광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분사된 TV 역시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격차를 줄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소니의 신용등급은 투기등급으로 추락한 상태. 피치에 이어 무디스까지 지난달 27일 소니의 신용등급을 Baa3에서 투기등급인 Ba1으로 떨어뜨렸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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