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아동 성추행을 저지른 성직자를 즉각 퇴출할 것을 요구하는 보고서를 내자 바티칸이 지나친 간섭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유엔아동인권위원회는 5일 보고서를 통해 바티칸이 가톨릭계를 정화하겠다고 거듭 밝혔으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비판하면서 성추행 혐의가 있거나 그렇게 알려진 성직자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이들을 퇴출시킬 것을 요구했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바티칸이 성추행 사실이 확인됐거나 의혹을 받는 이들을 즉각 현직에서 배제하고 관련 사안을 주재국 법 집행 당국에 넘겨 수사하고 기소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특히 아동 성추행을 한 성직자를 다른 교구 또는 외국으로 전출시키는 바티칸의 정책이 많은 나라 어린이들을 성추행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바티칸은 낙태에 관한 교리를 변경하고 신학교에서 성교육을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수천 명의 여성과 소녀들이 인권을 유린당한 채 노예처럼 폭력과 성추행에 시달린 아일랜드 막달레나 세탁소 스캔들을 예로 들어 바티칸은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이를 파헤치고 담당 수녀 등에게 책임을 묻고 희생자들에 대해 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커스틴 샌버그 아동인권위원장은 바티칸이 아동 성폭행 가해자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여전히 그들을 은폐하고 있어 1989년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바티칸은 성명을 통해 유엔아동인권위원회 보고서를 충분하게 검토하고 아동 권리 보호와 옹호에 적극 나설 것이라면서도 보고서가 인간의 존엄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교리에 대해 간섭하려 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바티칸의 한 관계자는 "보고서가 동성애, 피임, 낙태 등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은 아동인권위원회의 권한을 벗어나는 것"이라며 "이는 (종교적 문제를)옳고 그름을 따지는 정치적 문제로 몰고 가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유엔아동인권위 보고서의 권고 사항은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가톨릭 교회의 성추문과 관련한 비리를 국제기구에서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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