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명재산을 둘러싸고 장남 이맹희(83)씨가 동생(삼남)인 이건희(72)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소송의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4부(부장 윤준)는 6일 원심처럼 이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씨는 이 회장에게 삼성생명 주식 425만9,000여주, 삼성전자 주식 33만7,000여주, 이익 배당금 513억원 등 총 9,400억원 규모의 재산을 인도하라고 청구했으나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삼성생명 12만6,000여주는 (이병철 창업주가 물려준) 상속재산임이 밝혀졌으나 이에 대한 이씨의 청구는 법률상 권리행사 기간 10년이 지났다"며 "나머지 삼성생명 주식은 상속재산으로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 주식은 전부 상속 개시 당시의 차명주식이라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이 회장의 경영권 행사에 오랫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차명주식의 존재를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이 회장의 주식 보유를 양해하거나 묵인했다"고 지적했다.
이씨 측은 이 회장의 단독 상속이 창업주의 유지(遺志)와 달랐고 이씨도 자신의 상속권이 침해 당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주장했으나 결론을 뒤집지는 못했다. 항소심 재판 막바지에 이씨는 화해ㆍ조정을 하자고 제안했으나 이 회장은 이를 거절했다.
이 회장을 대리한 윤재윤 변호사는 "합당한 판결"이라며 "소송 절차와 관계없이 원고 측의 진정성이 확인되면 가족 차원에서 화해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 측 차동언 변호사는 "이씨가 상속문제를 양해하거나 묵인했다는 부분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의뢰인과 상의해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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