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아현동에서만 54년간 살아온 저에게 아현고가도로는 정든 추억의 구름다리와 같은 삶의 터전이었는데 이제 철거된다니 너무나 아쉽네요."
서울시가 아현고가도로 철거를 위해 6일 오후 3시부터 고가도로 주변에 대한 전면통제에 들어가자 이 지역에서 반세기 가까이 살아온 터줏대감 공재범(73ㆍ공덕동바르게살기 위원장)씨는 그동안 삶의 애환과 추억을 함께 한 고가도로의 철거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우리나라 첫 고가도로인 아현고가도로는 1968년 9월에 개통해 신촌로와 충정로를 이어주는 역할을 해왔지만, 서울시는 노후로 인해 유지관리비와 보수 및 보강 등에서 발생하는 높은 비용 부담으로 인해 철거를 결정했다.
공씨는 "아현고가도로와 저와의 인연은 고가도로가 생긴 1968년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왔다"며 "아현고가도로는 내 삶의 '희로애락'이 녹아 있는 친근한 가족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1968년 결혼을 한 공씨는 69년 아현고가도로가 개통할 당시 첫딸을 출산했다. 공씨는 "당시 아현고가도로를 공사하면서 소음과 먼지 때문에 임신한 아내가 힘들어했던 기억이 오롯이 생각난다"며 "처음에는 왜 이곳에 이런 고가도로가 들어오나 원망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정이 많이 들었는데 앞으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내 인생의 일부분이 사라지는 것 같아 무척 섭섭하다"고 말했다.
특히 공씨는 아현고가도로를 보면서 희망과 용기를 얻은 적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IMF 당시 사업을 하던 내게도 경제적 어려움이 찾아왔다"며 "당시에는 소주 한 잔에 아현고가도로를 쌩쌩하게 달리는 차들을 바라보며 마음을 굳게 먹곤 했다"고 회상했다.
공씨는 아현고가도로 철거와 관련해 "정든 고가도로가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아쉬운 점도 있지만, 고가도로가 철거되면 아현동 주거지역을 포함해 주변 상권에 새로운 변화와 활력을 안겨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크다"며 아쉬움과 기대감을 동시에 나타냈다.
수원이 고향인 공씨는 19살 때인 1960년 서울 아현동에 터를 잡고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공씨는 "당시 서울 창신동에서 유리공장 사업을 시작하면서 살 곳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아현동이 눈에 들어와 이곳에 정착해 54년간 살고 있다"며 "아현동은 나에게는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공씨는 처음 아현동에 이사 와서는 단독주택에 살다 지금은 아현고가도로 옆 서서울 아파트에 살고 있다.
공씨는 "아현고가도로 옆에 살면서 1남1녀를 두었는데 아들은 외국계 기업 상무로 근무하며 가족 모두 건강하고 화목한데 이는 아현고가도로가 우리 가족을 잘 보살펴 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8일 5시간 동안 아현고가도로 위에서 시민걷기행사를 연다는데 꼭 참석해 아현고가도로와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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