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 잇 고~ 렛 잇 고~"
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하루에 한두 번은 이 노래를 듣게 된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의 주제가 '렛 잇 고'(Let It Go)다. 요즘 이 노래 때문에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지난달 16일 개봉한 '겨울왕국'이 650만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 중 흥행 기록을 세우는 사이, 주제가도 음원 시장에서 보기 드물게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주요 음원 차트 성적을 종합해 발표하는 가온차트의 주간 순위에서 이 곡은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제가'안녕'(효린)을 누르고 당당히 1위에 올랐다. 디지털 음원 차트가 생긴 이래 팝송으로선 처음으로 주간 종합 차트 1위를 차지하며 디지털 음원 시대의 첫 '국민 팝송'이 됐다. 가온차트의 주간 앨범 판매 순위에선 아이돌 그룹 B1A4와 엑소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5,000장만 팔려도 히트작으로 불리는 팝 음반 시장에서 '겨울왕국' OST 앨범은 한 달여 만에 3만장이 팔려 나갔다. '렛 잇 고'와 함께 앨범에 수록된 '두 유 워너 빌드 어 스노맨' '포 더 퍼스트 타임 인 포레어'도 인기다.
'렛 잇 고'의 인기는 원산지인 미국보다 국내에서 더 뜨겁다. '겨울왕국' OST가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렛 잇 고'는 아직 20위 안에도 진입하지 못했다. '렛 잇 고'의 돌풍에 국내 여가수들이 한 몫하고 있다. 국내 상영 버전을 위해 '렛 잇 고'를 정식으로 다시 부른 효린을 제외하고도 신인가수 디아와 은가은, 다비치의 이해리, 에일리,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 손승연 등이 이 노래를 불러 화제를 모았다.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의 과거 경기 장면에 '렛 잇 고'를 입힌 동영상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렛 잇 고'는 뮤지컬 '애비뉴 Q' '북 오브 몰몬'의 음악을 맡았던 로버트 로페즈와 아내 크리스틴 앤더슨 로페즈의 합작품이다. 한 번만 들어도 금세 익숙해지는 후렴구와 현대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 음악에 고전적인 디즈니 스타일을 가미한 선율, 나지막이 시작해 시원스레 터지는 드라마틱한 전개, 뮤지컬 출신 배우 이디나 멘젤의 뛰어난 가창력이 고루 빛을 발한다. 올해로 마흔셋인 멘젤은 베테랑 뮤지컬 배우로 1990년대 중반부터 '렌트' '헤어' '위키드' 등에 출연했으며 간간이 영화와 드라마에도 얼굴을 내비쳤다. 1998년 데뷔 앨범을 발표한 뒤 세 장의 앨범을 더 낸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하다. 아카데미 주제가상 부문의 강력한 수상 후보로 떠오른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처음 이 노래의 선율을 들었을 때 무척 짜릿했다"며 "아카데미 후보에 올라 꿈을 이룬 것 같다. 이 영화에 참여하게 돼 행복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갖게 됐다는 것은 그 이상의 행복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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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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