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에 사는 재미교포 신양(69)씨는 2012년 초 치과에서 이를 뽑은 뒤 심한 염증과 통증에 시달렸다. 치료를 받아도 통증이 여전했고 볼이 깊게 패면서 턱에 감각이 없어져 물조차 마시기 힘들었다. 진단명은 턱뼈괴사증. 턱뼈가 썩어 무너져 내리는 병이다. 결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수술을 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경희대치과병원 난치성턱뼈질환센터를 찾아 두 차례 수술한 끝에 80% 정도 회복할 수 있었다. 신씨를 치료한 권용대(구강악안면외과 교수) 난치성턱뼈질환센터장은 "골다공증 치료제의 후유증"이라며 "이런 턱뼈괴사증은 진단도, 치료도 매우 어려워 경험 있는 의료진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신씨 같은 골다공증 환자들은 흔히 비스포스포네이트 성분의 치료제를 복용한다. 골밀도 감소를 늦추고 골절을 예방하는 효과를 인정받은 이 성분은 골다공증 치료제의 80~90%를 차지한다. 그러나 오래 복용할 경우 턱뼈가 파괴되는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기 시작했다. 권 센터장 연구팀은 2009년 비스포스포네이트와 턱뼈괴사증의 상관관계를 입증해 국제학계에 발표했다.
뼈에는 불필요한 뼈조직을 파괴하는 세포(파골세포)와 새 뼈를 만들어내는 세포(조골세포)가 있다. 이들 세포 간 활동이 적절히 균형을 이뤄야 뼈가 건강해진다. 그런데 비스포스포네이트 복용으로 파골세포가 계속 억제되면 이런 균형이 깨지면서 뼈조직이 부분적으로 죽는다(괴사). 이런 뼈 괴사는 지금까지 거의 턱뼈에서 생겼다. 전문의들은 ▦턱뼈에서 불필요한 뼈가 파괴되고 새 뼈가 생성되는 속도가 팔다리뼈보다 3~10배 빠르고 ▦입 속에 미생물의 침입이 빈번하며 ▦발치 같은 외과적 처치가 잦고 ▦점막이 약한 점 등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턱뼈괴사증 초기에는 별다른 통증 없이 잇몸이 드러난다. 예를 들어 틀니로 덮이는 잇몸 부위가 헐고 뼈가 드러나거나, 이를 뺐을 때 상처가 낫지 않다가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잇몸에서 조금씩 농이 나오거나, 임플란트가 갑자기 빠지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인 치과 증상이라고 가벼이 여겨 대처가 늦는 환자들이 태반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볼이 점점 패이고 턱뼈가 드러나면서 견디기 힘든 통증이 찾아온다. 처음에는 항생제를 쓰지만 심하면 뼈 일부를 절제하고 이식을 받기도 한다. 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센터의 김덕윤 교수는 "턱뼈괴사증이 생기면 골다공증 치료제 복용을 중단해야 하는지 여부를 전문의와 상의하고 곧바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센터장은 "앞으로는 골다공증도 심장병이나 당뇨병 같은 다른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로 치과 진료 전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골다공증 치료제 복용을 시작하기 전 미리 치과 치료를 받는 것도 턱뼈괴사증 예방의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고령 인구 증가로 국내 골다공증 환자는 해마다 느는 추세다. 치료제 장기 복용 때문에 생기는 후유증이 많아질 것으로 전문의들이 예상하는 이유다. 이에 경희대치과병원은 지난해 7월 골다공증 치료제뿐 아니라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장기 복용, 항암 치료, 골수염 등으로 나타날 수 있는 악골 질환을 치료하는 난치성턱뼈질환센터를 개소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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