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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2월 7일] 자기도취

입력
2014.02.0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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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과도한 자신감을 내비치는 이를 가끔 만날 때가 있다. 겸손이 미덕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이들은 돈키호테처럼 보이기 쉽다. 그런데 내 경험에 의하면, 적당한 자기도취는 정신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 그것은 삶의 비애를 다스릴 수 있는 여유를 주면서 도전과 모험의 정신을 고양시킨다. 이때 자기도취가 타인에 대한 상대적 비하나 경멸을 전제로 하면 안 될 것이다. 타인에 대한 비교우위를 자기도취의 근거로 삼는 것은, 열등감에 대한 자기방어나 위안 같은 것이지 즉자적인(ansich) 의미에서의 온전한 '도취'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 축약본으로 한 번씩은 읽어본 적이 있는 플루타르크 영웅전에는 루쿨루스라는 로마의 장군이 나온다. 그는 자기도취, 자뻑에서 당대 최고였는데 그것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어느 날 루쿨루스가 혼자 식사를 하는데, 식탁 위에 한 가지 음식만이 올라왔다. 그러자 루쿨루스는 음식을 담당하는 하인을 불러 크게 꾸짖으며 음식이 부실한 것을 탓하였다. 그러자 하인이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아무런 손님이 찾아오지 않아서 성대하게 차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루쿨루스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오늘은 루쿨루스님이 루쿨루스님을 모시고 식사를 하는 줄 몰랐단 말이냐." 이 정도 되면 자뻑도 충분히즐길 만하겠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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