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26ㆍ대한항공)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쇼트트랙에서 태극마크를 달지 못해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꾼 선수로만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4년 전 밴쿠버 올림픽 5,000m에서 깜짝 은메달로 한국에 첫 메달을 안기더니, 1만m에서는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내는 힘을 보여줬다. 이승훈의 성적은 불모지에서 꽃피운 기적에 가까웠다. 이승훈 이전까지 한국은커녕 아시아를 통틀어도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시상대에 오른 선수는 없었다.
▲소치에서도 첫 메달 도전
이제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장거리 간판스타로 자리를 잡은 이승훈이 올림픽 2회 연속 메달이라는 새로운 역사에 도전한다. 이승훈은 8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8시30분 2014 소치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첫 경기인 5,000m에 출전해 메달 물꼬를 튼다. 그는 첫 레이스에서 메달을 따내 3회 연속 톱10 진입을 노리는 한국 선수단에 힘을 보태겠다는 각오다.
프랑스와 네덜란드로 이어진 전지훈련을 마친 이승훈은 지난 2일 소치에 도착한 뒤 바쁜 행보를 이어갔다. 한국선수로는 처음으로 금지약물 검사를 받고 결전을 준비 중이다.
이승훈의 어깨는 무겁다. 이번에도 한국 선수단 중 첫 순서라는 부담감이 있는데다 대회장의 빙질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면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늘었다. 애초 대회 장소인 아들레르 아레나의 빙질은 무르고 속도가 잘 나지 않는 밴쿠버 올림픽의 오벌과 비슷하다고 평가됐지만 훈련에 나선 선수들 사이에는 “무르다”, “단단하다”는 대답이 동시에 나왔다.
▲“빙질은 의미 없다”
하지만 이승훈은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다. 이승훈은 “이곳의 빙질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어차피 조건은 똑같다. 빙질의 의미는 없다고 본다”면서 “개인이 선호하는 빙질이 있지만 좋아하는 것일 뿐 경기의 순위를 좌우할 요인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승훈은 빙질보다는 경기 당일 컨디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6일에도 5,000m보다 다소 짧은 거리를 빠른 속도로 달리는 훈련을 통해 스피드를 끌어올리기에 힘썼다. 사상 첫 메달에 도전하는 팀 추월 경기에 대비한 훈련도 이어갔다.
이승훈은 “네덜란드 전지훈련부터 오늘까지 휴식 없이 달려왔다. 내일은 휴식을 취하고 모레는 가벼운 훈련으로 준비할 계획”이라면서 “빙질보다는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승부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쇼트트랙 훈련 승부수
이승훈은 이번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쇼트트랙 대표팀과 합동 훈련을 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쇼트트랙 선수 출신인 이승훈은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꾼 지 1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밴쿠버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두 개나 따냈다. 쇼트트랙으로 다져진 튼튼한 체력과 코너워크 기술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성과였다.
이승훈은 지난달 22일 쇼트트랙 대표팀과 함께 프랑스 퐁트 로뮤로 떠났다. 쇼트트랙 대표팀의 전훈 장소가 해발 1,800m의 고지대라 체력을 기르는 데 유리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쇼트트랙 대표팀과 일주일 간 훈련을 하다가 지난달 28일 헤렌벤으로 이동해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에 합류했다.
▲세 종목 메달을 꿈꾼다
이승훈은 “밴쿠버 올림픽 당시에도 캐나다 캘거리(해발 1,000m)에서 훈련해 성과를 봤다. 스피드스케이팅 훈련을 하다가 지루해질 때 쇼트트랙 훈련을 하면 다시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쇼트트랙 예찬론’을 펼쳤다.
이승훈은 5,000m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긴 뒤 1만m와 단체전인 팀 추월까지 세 종목에서 시상대에 오르겠다는 각오다.
이승훈은 “4년 전보다 첫 경기를 앞두고 부담감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지만 올림픽 자체를 즐기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회를 마친 이후를 상상해보지는 않았다”면서 “웃으면서 돌아오고 싶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노우래기자
한국스포츠 노우래기자 sporter@hksp.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