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의 '독립의 꿈'이 결국 무산됐다. 최 회장은 자금난에 빠진 한진해운 경영권과 지분을 시숙(媤叔)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측에 모두 넘기기로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고 조수호 회장과 부인인 최은영 회장으로 이어져 온 '한진해운 완전 독립'의 숙원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5일 금융권 및 재계에 따르면 최은영 회장과 조양호 회장은 한진해운 지주회사인 한진해운홀딩스를 인적 분할해 계열 분리하기로 했다. 신설법인에는 한진해운 지분과 상표권 등 자산이 이전되고, 기존 법인에는 제3자물류(3PL) 부문과 ㈜싸이버로지텍(터미널 및 물류 시스템 개발업체), 한진에스엠(선박관리업체), 한진해운 여의도 사옥 등이 남게 된다.
이후 두 사람은 주식교환을 통해 지분관계를 정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한진해운은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자회사로 편입되고, 최은영 회장은 나머지 회사들만 맡게 된다. 대한항공은 올 상반기 중 4,000억원 규모의 한진해운 유상증자(제3자배정 방식)에 참여, 신규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최은영 회장이 한진해운에서 손을 떼는 건 지난해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던 수순이었다. 최은영 회장은 독자경영 해오던 한진해운이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겪자, 시숙에게 SOS를 쳤다. 대한항공은 작년 10월과 12월, 총 2,500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하면서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한 한진해운 지분을 담보로 잡았고, 이어 연말 인사에선 조양호 회장의 핵심 측근인 석태수 대표를 한진해운 사장에 임명했다. 이 무렵부터 시장에선 이미 "한진해운은 사실상 조양호 회장에게 다시 돌아온 거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진해운은 형식상으론 한진그룹 소속 계열사이지만, 2003년부터 조양호 회장의 동생인 조수호 회장이 독자경영을 해왔다. 이후 조수호 회장의 사망으로 2008년 부인 최은영 회장이 경영을 맡게 됐는데, 최 회장은 조양호 회장측에 대해 공개적으로 계열분리를 요구하기도 했다. 계열분리에 대비, 지배구조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조양호 회장 측은 '법적 계열사-내용상 독립경영'의 현행 체제를 원했고, 이로 인해 시숙과 제수간에는 상당한 마찰과 신경전이 빚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해운경기침체 장기화 속에 유동성위기가 심해지자, 최은영 회장은 결국 '백기'를 들게 됐다.
한진해운 경영권이 이전되면 한진그룹은 육(한진)-해(한진해운)-공(대한항공)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물류그룹을 완성할 수 있게 됐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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