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간 수출 증가 연 21%첨단기술 항공기·잠수함 등 고부가가치 제품이 주도● 가격 경쟁력 올리려면정부가 적정 이윤 보장해 줘 원가 절감 노력 안해 제자리선별 지원 방식으로 바꿔야
방위산업도 산업이다. 방위산업에서 만들어내는 무기와 군수물자는 기본적으로 국가방위의 핵심수단이지만, 첨단기술과 대규모 자본, 지식집약형 인력 등이 결합됐다는 점에서 산업적 중요성도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미국은 한해 무기수출로만 500억달러(50조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고, 프랑스 독일 등도 천문학적 수입을 올리고 있다. 방위산업 자체가 국가의 핵심산업이자 성장엔진으로 간주되고 있다.
우리나라 방위산업도 마침내 '수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가격경쟁력의 취약성이 추가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산업연구원이 공개한 '2013년 방위산업 통계 및 경쟁력 백서'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방위산업 수출액은 1조1,04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8,551억원)보다 무려 29.2%나 늘어난 것으로, 제조업 수출증가율(3.0%)의 약 10배에 달한다. 최근 4년간 연평균 증가율도 20.7%로, 제조업(16.3%)을 웃돌고 있다.
방위산업 수출이 고속성장을 한 건 수출품목의 고부가가치화 때문이다. 과거엔 탄약 등 단순 소모성 제품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항공기 잠수함 등 첨단기술이 투입된 고부가가치 기술제품군으로 바뀐 것이다. 이 부문 2009~2012년 연평균 수출증가율은 무려 43%로, 4년 만에 수출액도 3배로 늘어났다. 지난해 신규 수주액도 34억달러로 전체의 66.4%를 차지했다.
대표적인 것이 인도네시아에 수출된 고등훈련기 T-50. 수출금액만 무려 2,353억 원으로 역사상 단일 품목으로는 최고액이다. 항공기 분야 수출액은 전년 대비 57.1%나 늘어난 5,464억원을 기록했다. 이 밖에 ▲화력 2,978억원(19.9% 증가) ▲기동 1,363억원(9.0% 증가) ▲함정 1,066억원(15.7% 증가) 등도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국내 방위산업의 미래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방위산업 총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10%. 나머지는 모두 내수, 곧 우리나라 정부가 구입한다는 얘기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사실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정부도 필요 이상으로 무기를 사들일 수는 없는 만큼 이젠 수출만이 돌파구"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국내 방산제품이 해외시장에서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낮은 가격경쟁력이 꼽힌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방산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선진국에 비해 82% 수준이며, 수년간 이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의 '방산원가보상제도'가 가격경쟁력 향상을 가로막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국내 방산업체 지원을 위해 제조원가를 보상해 주고 적정이윤을 보장해 주는 제도를 오랫동안 운영해왔는데, 이제는 오히려 방산기업의 원가절감 노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싸게 만들든 싸게 만들든 적정이윤이 보장되기 때문에, 원가절감동기가 사라져 가격경쟁력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안영수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실장은 "방위산업이 규모의 경제효과를 누리려면 수출 비중을 프랑스나 독일처럼 4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며 "현행 획일적 방산원가보상제도를 선별적 지원방식으로 전환시켜 기본적으로 방산기업 간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무기개발 단계에서부터 제품의 시장성과 수출 가능성을 핵심 평가요소에 반영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정부도 문제점을 시인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국제경쟁력을 어느 정도 갖춘 일부 분야에선 경쟁 시스템을 점차 도입하고 있고 지원방식도 '디펜스 퀄리티(DQ)' 마크 등을 부여해 해외시장에서 우리 정부가 품질보증을 해 주는 쪽으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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