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의 특수고용직 특별법 제안은 그동안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해 재능교육 사태와 같은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종속성 여부에 따라 특고 분류
특수고용직 특별법이 제정되면 우선 개념 정의가 명확해져 지금까지 특수고용직으로 통용되던 직종 중 일부는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에 대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라는 모호한 정의를 쓰고 있지만 노동법 전문가들은 종속성 즉 '사업주로부터 업무에 대한 지휘 감독을 받고 근로시간과 장소를 지정하며 구속을 당하는 경우'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노사정위의 법안도 이를 받아들여 전속성(종속성) 정도에 따라 노동자, 특고직, 자영업을 분류한다.
법안에 따르면 학원강사 헤어디자이너 구성작가 텔레마케터는 노동자다. 이들은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의 적용을 받아 노조 결성과 파업이 합법화된다. 반면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 등 6개 직종은 특별법에서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된다.
애니메이터는 업체에 소속된 경우 노동자로, 프로젝트별로 업무를 수행할 경우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된다. 정수기 방문 점검원은 특수고용직으로 보되 지점장과 팀장에 의한 전속성이 강한 경우 노동자로 분류된다. 레미콘 기사, 야쿠르트 배달원 등 34개 직종도 사업자와의 관계, 근속 형태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해당 여부를 판가름하기로 했다.
노동 2권 보장 육아휴직 사용
특수고용직 노동자에게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등 불이익을 해소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도 법안의 중요한 의미다.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은 쓸 수 없지만 결성하는 단체에 이에 준하는 효력이 부여된다. 조규식 노사정위 전문위원은 "특수고용직의 교섭력 불평등을 시정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완전한 노동자로 볼 수는 없어 일부 권한(파업 등 쟁의행위)을 제한한 것"이라고 말했다.
단체교섭에서 이견이 있을 경우 노동위원회와 같은 공적 조정제도를 설치해 1차례 조정하고, 파업권이 없는 것을 감안해 조정 기간은 당사자가 원하는 한 지속할 수 있도록 했다. 조정 후에도 갈등이 남으면 중재제도를 거친다.
1년 이상 근무한 특수고용직에 12일의 무급 연차휴가, 90일의 출산휴가와 1년 이내 육아휴직을(만 3세 미만 자녀가 있는 경우)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휴가∙휴직급여를 지급하는 고용보험이 특수고용직에게 강제가입이 아니어서 제도적 보완이 되지 않으면 사실상 사문화 법규가 될 수도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정 지원 방식을 정부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부당 계약해지를 방지하기 위해 산업요양 및 출산휴가 후 30일 동안은 계약 해지가 제한된다. 계약 해지 예고기간은 14일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계약서 작성이 의무화돼 사용자는 서면계약서 작성 후 특수고용직 종사자에게 교부해야 한다.
"보호수준 더 강화해야" 지적도
특수고용직 보호 법안 마련 자체는 의미가 크지만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을 절충하다 보니 보호수준이 너무 약하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권혁 부산대 교수는 "기존의 노동자 중 일부가 특수고용법에 적용 대상이 돼 오히려 보호망에서 벗어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은 특수고용직 종사자가 사실상 종속관계에 놓여있는 현실이라 외국에 비해서 보호수준이 높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업권이 없어 2차례 중재 후에도 사업주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 대한 대안이 없는 점이 그런 사례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