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내에서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러브콜'의 대상이었던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최근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간 '빅매치'가 성사되기까지는 여전히 변수가 많다.
정 의원은 5일 황우여 대표와 환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장 출마 여부에 대해 "(이달 안으로) 늦지 않게 결정하겠다"면서 "제도적인 걸림돌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정치권에선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인 정 의원이 주식 백지신탁제도 때문에 출마를 주저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았는데, 이에 대해 검토한 결과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의미다.
김 전 총리도 이날 서초동 자택 앞에서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조만간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나서 얘기할 것"이라며 "필요에 따라선 회동 결과도 알리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자신의 출마 결심에 당 지도부의 의중이 실려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새누리당 핵심당직자는 "황 대표가 6일 김 전 총리를 만나 출마를 공식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6ㆍ4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본선에 앞서 새누리당 경선이 그야말로 빅매치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번지고 있다. 두 사람의 정치이력이나 경륜 등으로 볼 때 이미 레이스에 뛰어든 이혜훈 최고위원과 함께 3각 경쟁구도가 실현되면 '컨벤션 효과'가 상당할 것이고, 이를 통해 그간 우위를 장담하지 못했던 수도권 선거 분위기도 바꿔놓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김 전 총리는 여권의 핵심인 친박계의 적극적인 지원 사격을 받고 최근 지인들과 만나 "정 의원이 예비후보로 등록하더라도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 측은 "서울은 친박주류의 세가 강하지 않다"고 우세를 점치며 경선에 대비한 실무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 의원과 김 전 총리가 정면으로 맞붙는 상황이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본인들이 맞대결을 부담스러워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만에 하나 경선에서 패배할 경우 김 전 총리는 대법관ㆍ감사원장ㆍ총리 등으로 승승장구해온 이력에 오점이 남는다. 정 의원은 차기 대권가도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은 물론 정치생명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친박 지도부가 김 전 총리를 지원하는 반면 정 의원은 비주류라는 점에서 '빅매치'가 당내 화합을 저해할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 친박계 핵심의원은 "어렵사리 김 전 총리를 설득했더니 정 의원이 뒤늦게 출마하겠다고 나서면서 전체 판을 흐트러뜨리고 있다"고 했다. 이에 맞서 한 비주류 의원은 "상향식 공천을 주장하는 지도부가 특정 후보 내정설에 휩싸인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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