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인도 방갈로르 연구소에 '창의개발센터(C-Lab)'를 만들었다. 직원들의 창의력과 파격적 시도를 유도하는 일종의 '자유공간'이다. 판에 박힌 사무실에서 벗어나 독립된 공간으로 자유롭게 출퇴근하고, 끊임 없는 도전과 시도를 허락하되 실패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는 '별동대'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별동대 가동을 통해 전신마비로 눈동자만 움직이는 사람도 자유롭게 컴퓨터를 쓸 수 있는 안구마우스 '아이캔(eyeCan)'과 시각장애인용 자전거를 개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 안구마우스 가격은 1,000만원이 넘지만 각기 다른 사업부 직원 5명이 모여 소프트웨어를 공개 소스를 통해 만들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제작하는 식으로 제조 단가를 5만원대로 낮췄고 시각장애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경험을 해외개발인력에게도 확대하기 위해, 첫 지역으로 IT강국인 인도를 택한 것이다.
SK플래닛은 최근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플래닛 엑스 인큐베이션 센터'를 신설했다. 이는 2011년부터 운영 중인 사내 벤처 성격의 별동대 '플래닛 엑스'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플래닛엑스는 중소 상공인들도 손쉽게 결제 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 간편 결제 플랫폼 '??', 1분 단위로 서울 지역 실시간 기상 정보를 제공하는 '웨더 퐁' 등 32개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혁신적 아이디어를 만들고 실행하기 위한 별동대 조직이 기업마다 속속 가동되고 있다. 김범수 KT경제경영연구소 부장은 "앞으로 다가올 저성장시대를 이겨내기 위해선 대규모 시장이 아닌 틈새시장의 숨어 있는 보물(수익기회)를 찾아내야 한다"며 "평상시처럼 많은 예산을 들여 완성품을 만들기 보다 적은 예산으로 짧은 시간에 사업 진행 여부 결정에 속전속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조직원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스스로 꺼내놓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날개 없는 선풍기'로 유명한 다이슨사의 창립자 제임스 다이슨은 1979년부터 5년 동안 무려 5,127개, 하루에 3개 꼴로 시제품을 만든 끝에 먼지봉투 없는 강력한 진공한 청소기를 개발했고,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다이슨의 핵심 철학은 '실패를 두려워 말고 빠르게 실행하기'이다. 김 부장은 "빠르고 작게 실행하고 빠르게 실패하면 실패에 대한 부담이 작아지고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LG그룹은 지난해 11월 전 계열사에서 아이디어 많고 톡톡 튀는 직원들 100명을 선발해 '아이디어 컨설턴트'를 꾸렸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아이디어 캠프'를 열어 그룹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사업화가 가능하게 살을 붙이는 역할을 한다. 한 달에 평균 1,000건의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으며 이 중 몇 건은 이미 특허를 신청했다. 김인채 LG생활건강 파트장은 "임원부터 대리급까지 모여 정해진 시간을 넘기며 불꽃 튀게 토론을 벌인다"며 "아이디어가 없으면 자존심 상하게 되는 분위기라 평소에 공부를 정말 많이 한다"고 말했다.
새 수장을 맞이하며 조직 개편 중인 포스코, KT도 별동대나 이와 비슷한 성격의 프로그램 운영에 힘을 쏟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은 프로젝트기획담당 아래 기존에 따로 뒀던 창의경영연구소와 프로젝트전문가그룹(PEG)를 통합시켰다.
2011년부터 '비아이(Breakthrough Innovation)'라는 혁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중소 자동차 부품회사들과 조인트 벤처를 만들어 중국 GM등 자동차 회사들에게도 강판 판매망을 새로 만드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둔 포스코도 엔지니어 출신 권오준 회장 내정자의 특명에 따라 이를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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