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보유출대란 분노, 집단소송제 끌어올리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보유출대란 분노, 집단소송제 끌어올리나

입력
2014.02.05 18:37
0 0

고객정보를 유출한 KB국민카드는 최근 피해고객의 단체소송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보상액이 최대 86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유사 정보유출 사례를 근거로 소송에 참여할 당사자수를 전체피해자 4,300만명 가운데 1%인 43만명으로 산정했고, 1인당 20만원의 정신적 손해를 인정한 사례를 적용한 결과다.

하지만 집단소송제가 도입된다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법원에서 책임이 인정될 경우 KB카드의 보상금은 추정액의 100배에 달하는 8조6,000억원이 된다. 여기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까지 도입되는 경우에는 피해 금액의 몇 배(미국의 경우 3배)에 달하는 금액을 배상해야 할 수도 있다.

카드사의 사상 최대 정보유출 사고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배제 도입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대규모 정보유출 사건이나 소비자 피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두 제도 도입 논의는 뜨거웠지만 번번이 좌절됐던 터.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지 않겠느냐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5일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를 포함한 '소비자집단소송법안'을 발의했다. 이로써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집단소송 관련 법안은 5개로 늘어났다. 서 의원은 "집단소송제 도입으로 일부가 동일 피해 소비자 집단을 대표해 용이하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을 보장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기업 측의 불법ㆍ부당행위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도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시급히 도입해 최근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최악의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힘을 실었다.

관건은 힘을 가진 쪽의 여전한 반대논리를 넘어설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 동안 제도 도입이 번번히 좌절된 것도 ▦기업활동 위축 ▦소송 남발 ▦기존 민사법 체계와의 충돌 등을 주장하며 대기업이 극렬히 반대해 왔기 때문. 정부와 여당도 우호적이지 않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금융회사의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집단소송제에 반대한다"고 선을 그었다. 징벌적 손배제 역시 정부와 새누리당은 기업 부담을 이유로 징벌적 과징금제로 대체한다는 안을 내놓고 있다. 소비자단체측은 "정부가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마찬가지로 집단소송의 피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도입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파장이 워낙 큰 탓에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배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는 결론이 나지 않겠느냐는 게 중론이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해 무조건 반대할 수만은 없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양측의 정치적 타협으로 유명무실한 법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된다는 점. 우리나라 유일의 집단소송법으로 2005년 도입된 '증권관련집단소송법'과 같은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법은 지나치게 복잡한 절차 규정을 둔데다 5,000만원에 달하는 과다한 인지대 비용 등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들끓는다. 실제 이 법을 바탕으로 제기된 소송은 9년 동안 단 5건에 불과하다. 이 중에도 1건은 양측의 화해로 종결됐고, 1건은 재판부가 여건을 못 갖췄다며 소송을 불허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법을 도입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강지원기자 styl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