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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 외유비 첫 환수…주민감사 청구에서 환수 조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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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 외유비 첫 환수…주민감사 청구에서 환수 조치까지

입력
2014.02.0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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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의원들이 매년 외유성 해외출장을 떠나 문제가 심각한 데도 정작 이를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은 전혀 없었어요. 관련 공무원만 징계받고 끝날 뿐이죠.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서울 성북구의 시민단체인 ‘시민모임 즐거운 교육상상’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영신(40)씨는 지난해 7월 서울 성북구의회 의원들의 외유성 해외 출장에 대한 주민감사 청구를 준비하던 때를 떠올리며 울분을 터뜨렸다. 안씨는 “주민들이 감사를 청구해도 의원들은 본인들에게 피해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무서워하지도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는 성북구민 206명이 청구한 주민감사를 통해 성북구의원들이 지난 3년간 외유성 해외출장에서 부당하게 여행경비로 사용한 의정비 1,440만원을 환수하기로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지방의회 의원이 해외출장에서 사용한 의정비에 대해 환수 결정이 내려진 것은 주민감사청구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안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입법기관 의원들의 비위행위에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의원들의 예산 낭비에 제동이 걸린 것은 무려 8년에 걸친 시민들의 지속적인 문제제기때문에 가능했다. 시민모임 즐거운 교육상상 등 서울 성북구에 있는 17개 시민단체와 진보정당들은 2005년 성북구 의원들이 호주로 해외연수 명목의 관광을 다녀오자 2006년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예산 낭비를 지적했다. 이때 의원들이 업무추진비로 단란주점에 출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시 감사 결과 이들의 지적이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내려진 조치는 교육강화와 의회 사무국 공무원에 대한 훈계에 그쳤다. 당시 이들은 서울시로부터 우수 민원 포상도 받았지만, 주민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성북구를 상대로 제기한 주민소송에서는 패소했다. 소송을 제기했던 박창완(54) 즐거운 교육상상 공동대표는 “법원은 ‘허물이 없다고 할 수는 없으나, 벌할 정도는 아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며 “판사가 소송비용도 원고에게 부담하도록 해 지난해 아파트가 가압류되는 곡절을 겪고 소송비용 180만원을 납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구 의원의 비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노력한 시민들에게 돌아온 결과였다.

지난해 성북구 의원들이 터키 해외출장 도중 서로 폭언과 멱살잡이를 하며 싸움을 벌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광으로 채워진 출장 일정도 함께 드러나자 주민들 사이에선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지난해 4월 꾸려진 주민참여네트워크는 이를 계기로 다시 한번 주민감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구 의회 홈페이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회의 방청 기록도 다시 살폈다. 그 결과 구의원들의 해외 출장 보고서가 제대로 작성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한 달여 간의 준비 끝에 성북구 주민 206명은 지난해 7월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에 주민감사를 청구했다.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을 일으킨 고려대생 주현우씨가 청구인 대표를 맡았다.

이번 감사를 맡은 윤석연 시민감사옴부즈만은 “주민청구 감사의 대상이 구 의원이 아니라 의회 사무국 공무원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구 의원들을 직접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의원들의 관행적 외유성 해외출장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최소한 잘못 쓴 돈은 환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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