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음악의 나라다. 바흐, 베토벤, 브람스 등의 음악가를 배출한 것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은 명문 오케스트라가 왕성히 활동하며 음악 강국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18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쾰른 필하모닉은 이들 명문 악단의 서열에서 우위에 있는 단체다. 독일식 관악기와 전통적 연주 기법을 고수하며 사라져 가는 '독일적 음향'을 내고 있는 쾰른 필이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 연주회를 갖는다.
1857년 귀르체니히라는 가문의 이름을 단 콘서트홀이 개관한 뒤 이곳의 상주 악단으로 활동한 까닭에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로도 불리는 쾰른 필은 당대 최고의 작곡가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그들의 작품을 초연한 특별한 역사를 갖고 있다. 요하네스 브람스의 '이중 협주곡',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 등을 이 악단이 초연했다.
악단을 이끌고 내한하는 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49)가 2003년 이 오케스트라의 역대 최연소 카펠마이스터(음악감독)로 취임한 스타급 지휘자라는 점도 공연의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랑하는 슈텐츠의 등장 이후 쾰른 필은 전통에 역동성까지 더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는 이메일에서 "바그너와 말러, 슈트라우스의 음악을 한평생 듣고 자라며 연주하고 있는 쾰른 필은 언제 어둡고 밝게 또 언제 화려하게 연주하는지 본능적으로 안다"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쾰른 필은 첫 내한 프로그램으로 슈텐츠의 핵심 레퍼토리이자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를 선택했다. 슈텐츠는 교향시 '죽음과 변용'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을 이 악단과 꾸준히 연주했다. 이번 내한에서는 국내에서 자주 연주되지 않은 대편성의 '알프스 교향곡'을 들려 준다. "악보가 담는 것은 한계가 있고 지휘자는 그 음악의 정신을 발견해야 하기 때문에 이 직업을 사랑한다"는 슈텐츠는 '알프스 교향곡'을 "알프스의 일출과 일몰, 들뜬 느낌부터 위험한 감정과 사색의 순간 등 등반의 전 과정을 생동감 있게 경험할 수 있는 기막히게 훌륭한 음악"이라고 소개했다.
쾰른 필은 연주회 1부에서 독주자로 명성이 높은 독일의 클라리넷 연주자 자비네 마이어(55)의 협연으로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도 연주한다. 마이어는 1981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였던 카라얀(1908~1989)에 의해 베를린 필의 첫 여성 단원으로 선발됐다가 단원들의 반발로 9개월 만에 떠난 일화로 유명하다. 2008년 첫 내한 당시 서울시향과 협연할 때도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을 연주한 바 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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