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 전 세계의 알짜 기업들과 부동산을 싹쓸이하듯 사 들이고 있다. 중국 기업 레노버가 최근 IBM의 서버 사업 부문과 모토로라의 휴대폰사업 부문을 잇따라 인수한 게 대표적인 예다. 특히 유럽의 기술 기업과 미국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중국인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대만의 왕보(旺報)는 5일 글로벌 회계 컨설팅 법인인 언스트앤영 분석 자료를 인용, 중국 기업들이 2013년 한 해 동안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한 유럽 기업이 120곳에 이른다고 전했다. 국가별로 보면 독일과 영국 기업이 각각 25개로 가장 많았고, 프랑스가 15개로 그 뒤를 이었다. 이탈리아와 스웨덴도 각각 7개였다. 중국이 유럽 기업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첨단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언스트앤영 관계자도 "중국이 이제 '세계의 공장'에서 탈피,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앞서 레노버는 지난달 IBM과 모토로라의 일부 사업 부문을 모두 52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혀,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지각 변동을 불렀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도 지난해 2월 캐나다 석유 회사 넥센을 중국 기업의 해외 M&A 금액 중 최대인 151억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또 중국 최대 육류가공 업체인 솽후이(雙匯)도 지난해 9월 세계 최대 돼지고기 가공업체인 스미스필드푸드를 71억달러에 사 들였다. 시장 조사 업체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중국 기업의 해외 기업 M&A 규모는 총 562억달러에 달했다.
침체된 미국의 부동산 시장을 살리고 있는 것도 중국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투자회사 상하이그린랜드그룹은 최근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인근 노른자위 주차장 부지 15만3,300㎡를 사 들였다. 중국 부동산 회사인 오션와이드부동산그룹도 지난해 12월 최고 번화가인 스태플스센터 바로 옆 땅을 매입했다.
중국인들이 로스앤젤레스의 부동산을 본격적으로 사 들인 것은 2009년부터다. 이들은 백화점과 유명 호텔, 상업용 건물을 잇따라 매입했다. 로스앤젤레스는 중국계 주민이 많은 데다 지리적으로도 미국 대륙에서 중국과 가장 가까운 곳이다. 중국 자본이 2000~2103년 캘리포니아주에 쏟아 부은 돈은 26억달러에 이른다고 정책 연구소 로디엄 그룹은 추산했다. 베이징(北京)의 한 부동산 중개업 관계자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전후로 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며 이를 통해 큰 돈을 번 중국인들이 새로운 투자처로 해외 부동산을 사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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