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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2월 6일] 이토록 사소한 바보스러움

입력
2014.02.0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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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도시는 어떤지 모르지만 서울은 각 동네마다 멸치국숫집이 성업 중이다. 멸치로 국물을 우려낸 잔치국수와 비빔국수, 때에 따라서는 만둣국 같은 것을 파는 집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별다른 기술 없이도 창업할 수 있어서 저마다 국숫집을 내는 모양이다. 우리 동네도 예외는 아니어서 두 곳의 멸치국숫집이 있다. 거리상으로는 4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것 같다. 두 집 모두 좌석이 열 개에서 열다섯 개 남짓한 소규모 점포다. 나는 두 집을 여러 차례 가봤는데 맛과 서비스의 차이는 특기할 만한 게 없다. 그런데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으니 그것은 비빔국수에서 발견된다. 한 집의 비빔국수는 4,500원이고 삶은 달걀 반쪽이 들어가 있는 반면 다른 한 집의 비빔국수는 4,000원인데 삶은 달걀이 들어가 있지 않은 것이다. 나는 어제 퇴근길에 비빔국수가 몹시 당겨서 어떤 집을 갈까 고민하다가 삶은 달걀이 들어 있지 않은 4,000원짜리 비빔국수를 사먹었다. 그런데 국수를 다 먹고 나니, 전에 없이 삶은 달걀을 먹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고 억울하게까지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삶은 달걀이 들어 있는 국수를 선택하지 못한 것을 자책했다. 나는 집에 가자마자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냄비에 물을 끓여서 달걀 하나를 삶아 먹었다. 그러면서 쾌감일지도 모르는 약간의 마조히스트적인 자괴감을 느꼈다. 도대체 이런 경우, 이런 바보스러움을 뭐라고 해야 하나.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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