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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영화 훈풍에 겨울이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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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영화 훈풍에 겨울이 녹는다

입력
2014.02.0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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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개봉한 '인사이드 르윈'은 설 연휴에만 2만8,702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 봤다. 100만명 단위로 흥행 여부를 가늠하는 여느 상업영화에 비교하면 보잘것없는 수치일 수 있다. 그러나 예술영화시장에선 "기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명절 동안 215만 관객을 동원한 '수상한 그녀'의 흥행성적보다 더 놀랍다는 평가도 있다. 예술영화는 2만~3만 관객만 모아도 '대박' 수식이 붙기 때문이다. 4일까지 4만6,254명이 본 '인사이드 르윈'은 꿈의 수치인 10만 관객을 넘보고 있다.

흥행 꿀맛은 다른 예술영화들도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일본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11만1,236명이 봤다. 지난달 9일과 16일 각각 개봉한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3만1,513명)와 '가장 따뜻한 색, 블루'(3만7,636명)도 예상 밖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예술영화에게 올 겨울은 따뜻했다고 말할 수 있다. 영진위의 보고서 '2013년 한국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예술영화가 주종을 이루는 다양성영화시장은 매년 시장규모가 줄어드는 추세다.

꿈 같은 겨울을 보내는 네 편의 예술영화는 지난해 5월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첫 공개된 작품들이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황금종려상(대상), '인사이드 르윈'은 심사위원대상(이등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심사위원상을 각각 받았다. 칸영화제를 등에 업은 영화들이 주거니 받거니 흥행릴레이를 펼치니 1월 예술영화시장은 '칸 시즌'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특히 179분짜리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칸 효과를 톡톡히 봤다. 채연정 판시네마 마케팅팀장은 "영화제 기간 중 구입했는데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수입가를 더 지불했다"며 "황금종려상이 흥행에 결정적인 위력을 발휘했다"고 평했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칸의 후광보다 배우 덕을 제대로 봤다. '토르'시리즈 등으로 국내 팬으로부터 '히들이'란 애칭을 얻은 톰 히들스턴과 '설국열차'에서 오만한 여자총리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틸다 스윈튼이 출연했다. 지난해 한국을 각기 방문한 두 배우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의 개봉 시기에도 영향을 줬다. 이 영화 수입사 찬란의 관계자는 "미국은 4월 개봉인데 방한효과를 보기 위해 국내 개봉을 앞당겼다. 개봉 초기 10대와 20대 초반 관객이 극장을 많이 찾아주며 초반 흥행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의 감독은 미국 예술영화계의 대가 짐 자무쉬. 인지도는 높아도 국내 흥행과는 전혀 인연이 없었다.

'인사이드 르윈'과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감독의 오랜 명성이 대중성과 만나 흥행에서도 빛을 발한 경우다. '인사이드 르윈'의 조엘ㆍ에단 코엔은 웬만한 영화팬이라면 알만한 형제 감독이다. 이름은 드높았으나 흥행은 명성에 한참 못 미쳤다. 2008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작품상을 수상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6만4,078명)의 흥행이 최고기록이다. '인사이드 르윈'의 수입사 블루미지의 이명진 과장은 "음악영화라 여느 관객들도 주목을 하게 된 듯하다. 코엔 형제의 전작보다 대중적이란 점도 흥행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예술영화시장에서 중장년층 관객의 위력이 새삼 확인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영화사 진진의 김난숙 대표는 "예전이면 3만~4만 관객에서 끝날 영화들이 5만, 10만명까지 이른다"며 "이야기 거리가 풍성한 예술영화를 선호하는 중장년 관객들의 힘이 크다"고 분석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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