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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학생엔 엄격, 외국 학생엔 느슨 "대학 기숙사의 규율은 이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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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학생엔 엄격, 외국 학생엔 느슨 "대학 기숙사의 규율은 이중잣대"

입력
2014.02.0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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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여대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이모(23ㆍ법학과)씨는 시험 기간이면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말고 허겁지겁 기숙사로 돌아가야 한다. 오후 11시30분이 지나면 기숙사 문이 잠겨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밖에서 밤을 새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신입생 때 벌점을 받지 않기 위해 기숙사 '입방식'에 강제로 참석해 선배들 앞에서 춤을 췄던 안 좋은 기억도 있지만, 자취에 비해 비용이 저렴해 어쩔 수 없이 기숙사에 산다고 했다.

4일 서울 소재 대학들의 기숙사 생활 수칙을 확인한 결과 대다수가 야간 통행금지(통금)나 외박 제한, 점호, 의무적 행사 참여 같은 규정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격한 규정이 없으면 안전 사고가 생기거나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그러나 이 같은 목적과 무관한 규정이 적지 않다. 더구나 외국인 학생 기숙사에는 대부분 이런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학생들 사이에선 "대학 측이 어엿한 성인인 학생을 통제와 훈육의 대상으로만 봐 엄격한 규율을 강요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기숙사의 대표적 규제는 통금이다. 연세대 무악학사의 경우 오전 1시가 지나면 오전 5시30분까지 기숙사에 들어갈 수 없다. 미리 외박 신청을 하지 않으면 무단 외박으로 벌점을 받아 다음 학기에 기숙사에 들어가기 어려워진다. 이 학교 로스쿨 기숙사에 사는 A(29)씨는 지난해 로펌에 실습을 나갔다가 예상치 못하게 회식이 늦게 끝나 세 차례 통금을 어기는 바람에 다음달 방을 비워야 한다. 서강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도 통금 규정을 두고 있고, 고려대는 학생들의 반발로 지난해 9월 남학생 기숙사에 한해 통금을 없앴다.

군대식 야간 점호를 하는 학교도 있다. 서강대와 덕성여대 동덕여대 서울여대 성신여대 숙명여대 등 여대들은 적게는 주 1회, 많게는 매일 점호를 실시한다. 매일 점호를 하던 이화여대는 지난해 3월 주 1회(신입생은 주 5회) 생활점검으로 대체했다.

이 같은 규정에 대해 서강대 기숙사 관리팀 관계자는 "안전 사고 예방과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만든 가이드라인"이라며 "기숙사는 공동 생활인만큼 규칙이 필요하며 학부모들도 반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목적과는 무관한 외박 횟수 제한이나 행사 참여 의무화 규정 등을 둔 곳도 적지 않다. 일부 학교는 허가 없이 집회를 열거나 준비만 해도 퇴사시키고, 규정 위반자를 신고하면 상점을 주는 상호 감시 규정까지 두고 있다.

한국 학생 기숙사에는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면서도 외국 학생 기숙사엔 최대한 자유를 보장하는 차별적 규제도 문제다. 고려대와 연세대, 이화여대(학사과정 유학생은 한국 학생 기숙사 거주) 등의 외국 학생 기숙사에는 통금이나 점호가 없고, 외박이나 외부인 초대도 훨씬 자유롭다. 한 외국 학생 기숙사 사감장은 "외국 학생들이 자국 기숙사 수준을 원해 규정이 느슨한 편"이라며 "그렇다고 안전 사고가 더 일어나거나 면학 분위기가 침해되는 것은 아니며 문제가 발생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윤희수 인턴기자(덕성여대 정치외교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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