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일 내놓은 '여성 경력유지 지원방안'에 대해 재계는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기업의 인력운용을 제약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여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취지는 좋지만 기업 부담을 가중시켜 거꾸로 여성 고용을 기피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는 반응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여성들의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막아야 할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대체인력 시장이 발달하지 않고 근로시간 단축 청구에 대한 기업의 거부권이 제한돼 있는 국내 노동시장의 현실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광호 경총 고용정책팀장은 "기업 인력운용에서 가장 중요한 게 예측 가능성인데 육아휴직이 확대되고 시간선택제가 활성화되면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어떤 식으로든 인력운용에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계는 또한 정책 시행에 따른 비용을 일차적으로 정부가 충당하지만, 결국엔 기업 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노동환경팀장은 "고용보험기금이 육아휴직 등에 쓰이면 보험료가 오르고, 근로자 부담분이 늘어나면서 가처분 소득이 줄어 임금인상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총 관계자도 "실직자 지원이라는 고용보험 기금의 본래 목적과 무관한 막대한 지출을 야기해 적자가 계속 쌓일 것"이라고 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더욱 심각하다. 한 대기업 인사팀 간부는 "대기업도 전문성 있는 여성 근로자가 휴직 또는 근로시간을 줄일 경우 발생하는 업무 공백을 대체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중소기업은 더욱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점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여성 근로자의 육아휴직 등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여성 경력단절을 막으려면 근본적으로 공공보육시설을 확대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성 근로자들이 직장 대신 가정을 택하는 주된 이유가 바로 믿고 맡길 만한 보육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선진국은 국ㆍ공립 보육시설에 다니는 아동 수가 80~90%에 이르는데 우리나라는 고작 10% 정도에 불과하다"며 "매년 150개 시설만 늘리는 것은 획기적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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