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긴장 고조와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전세계 군비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군사강국을 지향하는 중국의 국방비 지출이 매년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의 군사력이 미국이 우려할 만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3일(현지시간) 영국의 군사 컨설팅업체인 IHS제인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국방비가 1조5,470억 달러(약 1,68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 1조5,380억 달러에서 0.6% 증가한 것으로 전세계 국방비가 상승한 것은 2009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동북아시아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중국 일본 러시아의 군비 경쟁과 시리아 이란 등 불안정한 중동 상황이 전세계 국방비 지출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IHS는 분석했다.
특히 각 국가 중에서도 중국의 군비 증강이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국방비 예산은 지난해 1,392억달러에서 올해 1,480억달러, 내년 1,596억달러로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IHS는 전망했다. 이는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3대 강대국의 전체 국방예산(약 1,490억 달러) 보다 약 106억 달러 많은 규모다.
미국의 국방예산이 올해 5,749억 달러로 2년 전인 2012년의 6,643억 달러에서 894억 달러나 줄어든 것을 비교하면 중국의 국방비 증가는 상당한 수준이다. IHS는 2024년에는 중국의 한 해 국방비 예산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참여하고 있는 서유럽 국가의 전체 국방예산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IHS제인스의 선임 분석가인 크레이그 캐프리는 "중국의 국방력 확대는 전쟁 등의 호전성이기보다는 글로벌 경제 영향력, 지정학적 파워 증가에 따른 연장선상"이라면서 "그러나 국방비 증가 규모가 워낙 빨라 주변국들의 중국에 대한 불신으로 지역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에 말했다.
IHS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등에서 군사적 긴장의 고조가 중국의 군비 확충을 부채질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동중국해 상에서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관할권 분쟁은 물론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일본과 군사적 갈등을 겪고 있다.
남중국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중국은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와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의 영유권을 놓고 베트남 및 필리핀과 마찰을 빚고 있고, 남중국해에서도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미국이 군사적 개입을 밝힘에 따라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의 군사력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커지면 남중국해는 언제든지 심각한 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 있다.
동북아시아의 불안이 가중 되면서 한국과 러시아 등 중국의 주변국들도 국방비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러시아는 향후 3년간 국방비를 44% 증가하기로 결정했고, 한국도 지난해보다 3.6% 늘어난 326억 달러를 올해 국방비로 쓸 계획이다. 다만 일본의 올해 국방예산은 지난해보다 3.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군사력에 대해서는 이미 미국이 우려할 만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미국 의회 산하 미중경제안보점검위원회(UCESRC) 청문회에서 나온 내용을 인용해 이날 이같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해군정보청의 선임 정보분석관인 제시 캐롯틴은 중국의 해군력이 서방의 선진국 해군과 필적할 수준이라고 당시 청문회에서 주장했다. 그는 중국 해군이 10년 전 대잠 순항 미사일을 보유한 잠수함이 수척에 불과했지만 내년이면 보유 잠수한 가운데 약 70%가 대잠 미사일을 장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앞으로 6년 후에는 중국 핵 잠수함의 겨우 100%가 장거리 대잠 순항 미사일을 장착하게 돼 미군 잠수함에 대한 공격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미국 해군의 미사일 순양함인 카우펀스호가 남중국해에서 중국 군함과 거의 충돌할 정도까지 접근했던 사례를 보면 앞으로 양국 군함 간 충돌 우려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국방 예산은 2020년쯤이면 약 4,740억 달러를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IHS는 예측했다. 이는 전세계 국방예산의 약 28%를 차지하는 규모다. IHS는 "미국과 유럽 등의 국방비 삭감은 전세계에 대한 그들의 영향력을 감소시키고 있다"면서 "그 권력 공백을 국방비 증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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