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재 '지일파' 외교관이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우회적으로 촉구해 눈길을 끌고 있다.
티모시 힛친스 주일 영국대사는 3일 도쿄 강연에서 "과거의 잘못을 만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고 더 나은 미래를 적극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법의 지배 아래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힛친스 대사는 이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지난해 말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와 관련해 "신중한 자세로 임해 주기 바란다"며 비판적인 의사를 표시했다.
그는 특히 "영국은 동북아의 불안정을 조장하는 행동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양국 사이에 갈등하고 있을 때는 각자 주장을 반복하지 말고 미래를 위한 '천재일우'의 기회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혀 한중일 정상회담을 위한 물밑접촉 등을 서두를 것을 일본측에 제언했다.
힛친스 대사는 이어 아베 총리가 추진 중인 집단자위권 행사와 관련해 "집단적인 힘과 노력으로 평화가 실현되고 유지된다"면서 "외국의 경험을 참고해달라"며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2012년 말 주일대사로 부임한 힛친스 대사는 일본어에 능통한 '일본통' 직업 외교관이다. 종종 트위터에 일본어로 글을 올리고, 직접 지은 하이쿠(俳句ㆍ일본 전통시)까지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한편 '플래툰'을 연출한 미국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려고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우경화를 묵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톤은 3일 피터 커즈닉 아메리칸대 역사학 교수와 함께 기고한 USA투데이 칼럼에서 아베 집권 후 일본이 오바마가 내린 '축복' 속에서 평화주의에서 군국주의로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아베의 무력 협박에 외면하는 태도를 견지해왔으며 이는 일본의 군국화가 중국을 봉쇄하려는 오바마 자신의 계획과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스톤은 외교의 중심축을 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하는 오바마의 정책 기조 변환이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으며, 이는 중국의 이웃 국가들로 하여금 더 많은 무기를 사들이게 하는 한편 합동군사훈련 실시와 미군 추가 배치 등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의 변신을 멈추는 것은 일본 국민의 손에 달려있지만 일단 탄력을 받은 만큼 우경화를 저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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