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탄을 이용한 자살이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가 마땅한 대책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번개탄이 최근 감소세인 자살률을 다시 끌어올리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2년 자살자 중 번개탄 등을 이용한 '가스중독'이 원인인 경우가 1,069명으로 2007년(66명)에 비해 16배나 급증했다. 2012년 전체 자살자(1만3,940명)의 7.6%로, 목맴(7,079명) 음독(2,401명) 투신(2,288명)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복지부 관계자는 "2008년 번개탄을 이용한 모 연예인의 자살이 자세하게 보도된 후 번개탄 자살이 무섭게 늘고 있다"며 "겨우 떨어진 자살률에 영향을 미칠까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인구 10만명 당 31.7명이던 우리나라 자살자는 2012년 28.1명으로 6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번개탄의 접근성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우리나라 번개탄과 비슷한 성형탄 자살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홍콩에서 성형탄을 슈퍼마켓 진열대에서 없애고 구입하는데 1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게 하는 등 접근성을 제한했더니 해당 지역에서 성형탄 자살이 53.5%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접근성을 제한하면 번개탄 자살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또 "장기적으로는 연탄이나 번개탄이 탈 때 일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도록 품질을 개선해 아예 자살수단으로 이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맹독성 농약 그라목손이 이 같은 규제를 적용한 예다. 농촌진흥청이 2011년 11월 그라목손의 생산을 금지시키면서 2010년 2,927명이던 음독자살자는 2011년 2,836명, 2012년 2,401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연탄이나 번개탄은 주로 저소득층이 사용하는데다가 대체제가 없어 판매규제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7월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번개탄 판매규제를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도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번개탄 판매를 규제해도 자살자가 다른 대체 수단을 찾을 수 있다"며 "거시적인 관점에서 자살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