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서방기업들의 투자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석유업체 토탈, 자동차업체 푸조와 르노 등 프랑스 경제인연합회 소속 110개 회원사들이 지난 3일부터 사흘간 테헤란을 방문해 투자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달 말에는 독일이 식품 건강 자동차부품 등의 기업 대표단을 보낼 계획이고, 네덜란드도 기업인들의 이란 방문을 추진 중이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12월부터 정ㆍ재계 에너지 관련 인사들이 이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1979년 대사관 인질 사태 이후 수십년 간 이란과 적대관계였던 미국도 셰브론, 엑손 모빌 등 석유업체 중심으로 이란 진출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핵 프로그램으로 동결됐던 이란 해외자산이 이달 초 처음 해제됐다. 이란 관영통신은 석유관련 해외동결자산 42억달러 중 5억5,000만달러를 첫 번째로 송금 받았고, 나머지도 단계적으로 전달받는다고 보도했다.
이란에 투자열풍이 불고 제재를 해제하는 분위기가 완연한 것은 지난해 11월 주요 6개국과 타결한 핵 협상 잠정합의 덕분이다. 이 합의는 이란이 5% 이상의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는 대가로 서방은 이란의 해외동결자산을 해제하고 제재를 완화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전세계는 환호했지만, 내심 합의가 제대로 이행될 지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보란 듯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지난달 초기단계 조치를 담은 '공동행동계획' 이행을 시작한 양측은 이달 중순 2단계 협상에 들어간다.
핵 문제로 북한과 함께 국제사회의 양대 골칫거리였던 이란의 오늘을 보면서 북한을 떠올리게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는 남북 유일한 경협모델인 개성공단을 국제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성과는 거의 전무하다. 해외투자 유치는커녕 입주해 있는 우리 업체들마저 폐업이 잇따르는 실정이다. 결국 투자환경 조성은 최종적으로 북한이 풀어야 할 문제다. 이란이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진정성 있는 행동에는 성과가 뒤따른다는 것이다. 이란 해빙의 교훈을 북한은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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