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판정을 받은 캐나다의 30대 임신부가 뱃속의 아들을 탄생시킬 수 있도록 생명 연장 조치에 들어가 캐나다 전역에서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글로벌 뉴스에 따르면,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빅토리아의 임신부 로빈 벤슨(32) 씨는 지난해 12월28일 두통을 호소하다 자택 목욕탕에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진 뒤 뇌사 상태에 빠졌다. 병원측은 태아를 살리기 위해 로빈에 대한 생명 연장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로빈은 현재 임신 27주째로 그가 쓰러진 이후 뱃속의 태아는 날로 건강하게 자라고 있으며 병원측은 임신 34주째에 태아를 위해 제왕절개 수술을 할 예정이다.
병원측은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날 확률을 80%로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측의 이 조치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에서 뇌사 상태 임신부의 생명연장 기구를 제거해 논란을 부른 유사 상황과 대조돼 더 큰 시선을 끌고 있다고 글로벌 뉴스는 전했다.
로빈의 태아는 이미 아들로 판별돼 부부가 아이버 코엔 벤슨(태아 사진)이라는 남자아이 이름을 지어놓은 상태다. 아내가 중환자실에서 생명 연장에 들어가자 동갑의 남편 딜런 벤슨씨는 탄생과 죽음을 동시에 겪어야 하는 기구한 처지에 놓였다.
딜런은 "내 아들의 탄생을 너무 보고 싶고 아버지로서 모든 것을 다하고 싶은 마음으로 벅차다"며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아들의 탄생이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내 아내와 이별해야 하는 날이 가까워 온다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다"고 북받치는 슬픔을 토로했다.
주변 친구들에 따르면 이들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귀기 시작해 지난해 여름에서야 결혼한 순애보의 신혼이다. 정보기술(IT) 전문가인 딜런은 희한한 운명이 닥치자 개인 블로그에 자신의 사연을 쓰기 시작했고 이를 본 친구들은 이 부부를 위해 모금운동에 나섰다.
친구들은 벤슨 가족을 위해 병원 비용 및 1~2년 치의 아기 양육 비용 마련을 위한 모금에 나섰다. 목표는 3만6,000달러(한화 약 3,900만원). 이 액수는 뇌사에 빠진 엄마 로빈이 받아온 연봉 수준이다. 온라인을 통해 개설된 모금 창구에는 이날 오후 현재 전국에서 5만 달러의 성금이 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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