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가 관계복원에 나선다.
백악관은 3일 오바마 대통령이 3월 유럽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사우디를 방문해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국왕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2009년 사우디에서, 2010년에는 미국 백악관에서 만났다. 그러나 이후 3년 동안 오바마 정부와 압둘 국왕은 80년 동맹관계가 무색할 만큼 소원한 관계였다.
특히 사우디가 미국에 섭섭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오바마는 이번에 '달래기 외교'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이 당초 발표한 오바마의 유럽방문 일정에 없던 사우디 방문이 급히 추가된 것도 사우디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가 최근 중동에서 전개된 상황에 대한 사우디의 솔직한 의견을 경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양국은 2010년 말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에 대해 견해가 크게 달랐다. 오바마 정부가 독재정권 전복을 민주화 진전으로 평가하고, 전통 우방국인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지지까지 철회하자 사우디는 동일한 사태가 자국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충격에 휩싸였다. 양국은 시리아 내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축출을 놓고도 충돌했다. 미국은 알아사드 부재가 극단주의 세력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했으나, 사우디는 그의 축출을 꾀하는 반군의 무장을 지원했다.
사우디는 또 오바마 정부가 이란 핵협상에서 우라늄 농축권한을 인정하고 제재를 푸는 것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장차 중동 맹주란 사우디의 지위를 크게 흔들 사안이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양국 관계 악화가 셰일가스 개발로 사우디에 대한 미국의 원유의존도가 줄어드는 시점과 맞물린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사우디를 달랠 오바마의 카드가 무엇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오바마는 사우디 방문에 앞서 3월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3차 핵안보 정상회담,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또 로마 교황청 바티칸을 찾아가 프란치스코 교황과 경제 불평등 문제를 논의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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