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개발사업의 공익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민간 땅을 강제수용하는 경우가 빈발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토지보상법의 공익성 검증 절차를 피하는 법이 난립한 탓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 같은 내용의 '공용수용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4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강제수용 제도에서 공익성 검증 절차는 유명무실하다. 토지보상법에 사업의 공익성을 따져 사업자에게 수용권을 주도록 한 '사업인정' 절차가 있지만 매년 벌어지는 강제수용 2,000~3,000여 건 중 사업인정을 거친 건수는 20건 안팎에 불과하다. 이를 피하는 '꼼수 법'이 100개에 달하는 탓이다.
예컨대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은 시ㆍ도지사 등 산업단지지정권자가 사업 실시계획을 승인하면 토지를 수용할 수 있게 했다. 전국 곳곳에서 추진된 혁신도시, 기업도시 사업도 같은 방식으로 토지를 수용했다.
강제수용이 쉬워지면서 불필요하게 재산권을 침해 당하는 국민이 늘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산업단지로 지정했다가 해제한 땅 면적은 1,230만㎡에 달한다. 일단 많이 수용했다가 나중에 사업부지를 축소한 것이다. 경남도는 1999년 창원국가산업단지를 개발하면서 골프연습장을 짓기 위해 사업자에게 강제수용권을 주기도 했다.
이호준 KDI 연구위원은 "토지보상법 절차를 따르더라도 개인이 정부와 싸워 이겨 사업을 취소하기는 어렵다"면서 "공익성 없는 강제수용제도는 용산참사 같은 사회적 갈등을 부른다"고 지적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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