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제일 싫어하는 것, 무서워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방향성만 정해져 있다면 그게 어느 방향이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적응해간다. 하지만 지금 전 세계 금융시장은 초유의 불확실성과 맞닥뜨려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도, 중국의 경기 둔화도 지금껏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일. 그 여파가 어떤 모습일지 누구도 쉽사리 예단할 수 없다. 조그만 충격에도 화들짝 놀라며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는 이유다. 아르헨티나, 터키에서 시작된 공포는 이제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며 장기전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1,900은 물론 1,890선까지 내주며 추락했다. 외국인들이 6,000억원 어치 넘게 주식을 내다 팔며 전날보다 1.72%(33.11포인트) 내린 1,886.85에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1,890선을 밑돈 것은 작년 8월28일(1,884.52) 이후 처음. 설 연휴 뒤 이틀 동안 54포인트 넘게 주저앉았다. 코스닥도 1.18%(6.06포인트) 내린 507.56까지 밀렸다.
우리나라만이 아니었다. 일본 증시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따른 엔화 강세까지 맞물리며 닛케이지수 낙폭이 무려 4.18%에 달했고, 홍콩 항셍지수도 2.57% 급락했다. 호주(-1.75%) 인도(-0.85%) 말레이시아(-1.29%) 태국(-1.19%) 등 춘제(春節) 연휴로 휴장한 중국과 대만을 제외하고는 예외 없이 요동쳤다.
방아쇠를 당긴 건 이날 새벽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1월 제조업지수였다. 시장 전망치(56.0)보다 크게 밑도는 51.3으로 작년 5월 이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미국 경기 상승세 제동 불안감 →미국ㆍ유럽 증시 급락 → 신흥국 증시 급락의 연쇄 작용을 한 것이다. 전날 발표된 중국의 1월 비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가 5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는 소식도 기름을 부었다.
세계 금융시장은 당분간 이런 살얼음판을 계속 걸을 공산이 크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미국 제조업지수가 낮게 나온 데는 한파 등 외부적인 요인이 컸음에도 시장이 요동을 쳤다"며 "워낙 불확실성이 크니까 작은 것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인데 이런 상황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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