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굴욕을 겪었다.
올림픽 경기장 건설 공사에 투입된 13개 업체 인부들이 월급을 받지 못했다는 소식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수뇌부에 전달됐기 때문이다. 소치 올림픽을 통해 ‘차르(황제)의 부활’을 꿈꾸던 푸틴이 톡톡히 망신을 당한 셈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3일(한국시간) 소치 올림픽 메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IOC가 적극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라고 밝혔다. 바흐 위원장은 한 스위스 기자의 ‘공사장 인부 임금 체불 민원제기건’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대답했다.
그러면서 바흐 위원장은 “소치 동계올림픽 예산이 부족했다”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가 밝힌 이번 대회 총 소요예산은 무려 510억달러(5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최다였던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400억달러)때보다 110억달러가 상회한 금액이다.
하계올림픽에 비해 종목수가 적은 동계올림픽에서 510억달러 투입은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다. 동계올림픽 투입 예산 역대 최고 기록은 1998년 일본 나가노 대회의 175억달러다.
결국 중간에 돈이 샜다는 이야기다. 중앙정부에서 내려온 올림픽 예산이 중간 과정을 거치면서 증발했다는 방증이다. 한 올림픽 관계자는 1,000달러가 임금으로 책정됐다면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은 중간 상납과정을 거쳐 500달러에도 못 미친다고 털어놨다. 이를 상징이라도 하듯 2012년 러시아의 부패지수는 조사대상 176개국 가운데 133위였다.
바흐는 이어“IOC가 관심을 두는 것은 총 예산이 아니다. 대회 운영경비일 뿐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특히“건설 인프라 투입 예산은 IOC의 요청에 의해서가 아니라 올림픽 개최국의 필요에 의한 자금이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소치 올림픽 예산 54조원 중 대회 운영경비는 7조원에 불과하다.
소치=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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