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이상화(25ㆍ서울시청)가 ‘빨간 장갑의 카리스마’로 세계 1인자의 포스를 한껏 뽐냈다. 이상화는 3일(한국시간) 소치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리는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첫 훈련에 돌입했다. 소치 입성 직전 열린 네덜란드오픈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7초75로 정상에 오르며 최종 리허설을 마친 이상화는 이날 빨간 장갑을 끼고 훈련에 임해 무력시위라도 하는 것처럼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일반적으로 빨간 색은 정열을 뜻한다. 주의를 집중시키고, 강조하고 싶을 때는 빨간 색이 가장 적확한 선택이다. 심리학자들도 빨간색은 사람들에게 공격적인 신호를 자극해, 에너지 발산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또 적극적인 행동을 자극하는 체내 아드레날린의 분비를 촉진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상화는 현지시간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계속된 빙질 적응훈련에서 빨간색 장갑을 끼고 400m 트랙을 돌아 단연 주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상화는 이번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올림픽 2연패를 노리고 있다.
이상화는 평소에도 승부욕이 넘치는 강렬한 인상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에는 한 패션 잡지에 허벅지를 거의 드러내는 파격적인 화보를 실어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이상화는 당시 흰색 와이셔츠에 ‘하의실종’에 가까운 패션으로 아찔한 매력을 발산했다.
하지만 소치에서 이상화의 선택은 빨간색이었다. 태극마크가 선명한 유니폼으로 무장한 이상화와 빨간색 장갑은 환상의 궁합을 과시했다. 백색의 빙판을 무아지경으로 지치는 이상화의 폭발적인 스피드에 빨간 색 장갑은 단순한 소품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듯 했다. ‘누가 감히 나를’이라는 도발적인 메시지를 경쟁자들에게 알리려는 듯 이상화의 질주는 거침이 없었다. 국내외 사진기자들도 이상화의 빨간 장갑에 초점을 맞춰 연신 셔터 누르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사실 한국 스포츠에서 빨간 색 장갑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작고한 전 프로야구 감독 김동엽씨는 ‘빨간 장갑의 마술사’란 닉네임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김 감독은 빨간 장갑을 끼고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내리는 독특한 제스처로 관중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빨간 장갑만큼이나 입담도 셌던 김 감독은 야구 해설위원으로도 큰 인기를 누렸다.
소치=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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