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가 3월 내 창당을 목표로 잰 걸음을 하고 있지만 '지방선거 야권연대'라는 근본 문제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한길 대표가 3일 "신당과의 경쟁이 구태정치를 살리는 결과를 가져와선 안 된다"고 했고 노웅래 사무총장도 "새누리당을 당선시키는 어부지리가 된다면 화학적 연대를 할 수 있다"는 등 민주당의 계속되는 선거연대 구애를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새정추 내부적으로 고민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우선 '새정치'를 표방하는 안 의원 입장에서 정치혁신이나 변화에 대한 치열한 성찰 없이 연대한다는 것은 구태정치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쉽게 손을 맞잡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집중적인 공격으로 새정치 이미지가 난도질 당할 우려가 많다. 이날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표에 따라 이리저리 모이는 야권야합은 구태정치 중의 구태"라고 비판한 것도 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야권연대를 하지 않을 경우 박빙의 표차로 갈리는 수도권 등 주요 승부처를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로 안겨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안의원은 '야권의 발목을 잡았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리서치뷰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수도권에서 야권 단일후보와 새누리당 후보가 맞대결 할 경우 야권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3자 대결 시 새누리당 후보가 10%포인트 이상 따돌리며 손쉽게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안 의원 지지층 내부에서도 "새누리당 좋은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추세다. 최근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안 의원 지지자들도 '야권분열로 선거패배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에 100점 만점 기준 54.6점으로 공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윤여준 새정추 의장이 3일 기자단 오찬에서 "지방선거에서 이길 목적으로 연대를 하는 것은 새정치를 주장해 온 신당에게는 '자살행위'와 다름없다"면서도 "야권연대는 딜레마"라고 말한 것은 이런 분위기의 반영이다. 윤 의장은 "(국민들이 연대를 원한다면) 나중에 다시 고민해 볼 수 있다"고 여지도 남겼다. 송호창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상황이 바뀌는 것과 아무 상관없이 그냥 나홀로 가겠다는 것은 현실적 감각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선거 연대에 대해 안 의원이나 안 의원 측 인사들이 매우 단호하게 선을 그었던 것과 많이 다른 모습이다. 그래서 선거가 임박할수록 야권연대와 관련한 안 의원 측 자세가 더 유연해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정치권 인사는 "결국 명분과 실리의 문제를 놓고 안 의원이 최종 결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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