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행위로 발생한 폭행사건은 최대한 선처하는 방향으로 경찰 수사가 전환된다. 진단서만 제출되면 상해죄로 입건하는 불합리한 관행도 개선된다. 경찰청은 선의의 가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근 전 경찰관서에 이 같은 내용을 지시했다고 3일 밝혔다.
이에 따라 폭행사건이 접수되면 형사들은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제지하기 위해 상식 선에서 용인되는 조치였는지 파악해야 한다. 청소년 일탈에 대한 훈계나 부당한 폭력, 위법행위를 저지하기 위한 행위였는지도 감안해야 한다. 또 경미한 폭행으로 인한 진단서가 제출돼도 진단서와 상관 없이 폭행과 상해와의 인과관계, 피해 과장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
현재는 청소년을 훈계하다 꿀밤 한대를 때려도 당사자가 고소하면 폭행 혐의로 입건된다. 또 폭행은 쌍방이 합의하면 처벌받지 않지만, 진단서가 접수되면 상해 혐의가 돼 가해자는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다.
경찰청이 이런 지시를 내린 것은 폭력사건 쌍방 입건 관행을 바꾸기 위해 2011년 3월 '폭력사건 정당방위 처리지침'이 도입됐지만 여전히 일선에서 무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 이현호 선수는 흡연하던 10대 남녀 학생들을 훈계하다 머리를 때려 폭행으로 입건돼 논란이 됐다. 지난달 23일 서울 중랑역에서는 부정승차 단속 노인들을 밀친 남성을 제지하던 30대 중학교 교사가 되레 체포되기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상해 진단서가 정확히 기재될 수 있도록 의료 단체에도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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