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슈퍼마켓을 살리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 지원한 물류센터의 운영권을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간부들이 대기업 유통회사에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허위서류로 부산 북구와 경기 의정부시의 슈퍼마켓 공동물류센터 건립 보조금을 받아낸 혐의(특경법상 사기) 등으로 알선 브로커 김모(64)씨를 구속하고, 전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 김모(58)씨와 의정부 슈퍼마켓협동조합 전 이사장 신모(64)씨 등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이들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물류센터 운영권을 넘겨 받은 혐의로 중견 해운업체 S사 계열사인 유통 대기업 B사 대표 김모(54)씨 등도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브로커 김씨 등은 2009년 6월 의정부 물류센터를 건립하며 실제 조합원은 15명인데도 670여 명이 출자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경기도와 의정부시로부터 보조금 28억원을 받아낸 혐의다. 이들은 2007년 10월 총 사업비 40억원 규모의 부산 북구물류센터 건립 때도 사채업자에게 10억원을 빌려 조작한 잔고증명서와 임대보증금을 부풀린 부동산임대차 계약서를 중소기업청에 제출, 보조금 25억원을 타낸 혐의도 받고 있다.
이렇게 건립된 물류센터들은 유통 대기업 B사의 주류창고로 사용되는 등 동네 슈퍼마켓에게는 아무런 혜택도 돌아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류센터 운영자격이 없는 B사는 운영권과 소유권을 받기로 약정하고 물류센터 건립 때 조합이 부담해야 하는 55억원을 대납했고, 브로커 김씨는 이 과정에서 13억원을 챙겼다. 연합회장 김씨는 B사로부터 운영경비와 고급차량 등 1억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고, 신씨도 8,500만원을 챙겼다.
연합회는 슈퍼마켓의 간판을 교체하고, 경영 컨설팅을 하는 ‘나들가게’ 사업에서도 장부를 속여 간판업체 등으로부터 1,000만원을 받아 운영 경비로 사용했고, 컨설팅 지도요원 4명은 경영 컨설팅을 하지도 않고, 지도비로 8,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관계자는 “연합회가 개입한 다른 사업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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