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은 일본과 중국 간 갈등의 최전선이다. 양국은 이 8개 무인도를 놓고 국유화 선언과 방공식별구역 편입이라는 강수를 주고받으며 일촉즉발의 무력충돌을 빚는 한편, 저마다 유리한 근거를 들이대며 역사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국제인권법 전문가인 우에무라 히데아키(上村英明ㆍ58) 일본 게이센(惠泉)대 교수는 "센카쿠열도에 대한 역사적ㆍ실효적 영토권은 특정 국가가 아닌 류큐(오키나와)인에게 있으며 지금의 영토분쟁은 일제가 1879년 류큐왕국을 강제편입하며 비롯된 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독도를 비롯한 또 다른 영유권 분쟁이나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 갈등 역시 일본 제국주의의 산물이며 일본의 진정한 반성이 있어야 문제를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성공회대 강연을 위해 3일 방한한 우에무라 교수를 만났다. 통역은 이영채 게이센대 교수의 도움을 받았다.
-센카쿠 영유권이 류큐에 있다는 근거는.
"류큐왕국은 동남아시아ㆍ동아시아 일대에서 중계무역을 했다. 한국과 류큐가 나전칠기, 건축법 등에서 유사점이 있는 이유다. 류큐 항해사들은 센카쿠를 표지 삼아 무역로를 운항했다. 무엇보다 류큐 어민들이 센카쿠 해역에서 야광패(나전칠기 재료가 되는 고둥), 상어 지느러미 등을 채취했다는 기록이 있다. 센카쿠가 류큐인의 생활권이었다는 의미다. 19세기 말에야 센카쿠를 탐사하고 주인 없는 땅이라며 영토로 편입한 일본이나 류큐에 파견된 황제 사절단이 센카쿠를 항해표지로 삼았다는 정도의 사료를 제시하는 중국보다 더 확실한 영유권 증거다."
-일본 제국주의 정책이 영유권 분쟁을 배태했다고 했는데.
"센카쿠 편입은 일제의 류큐왕국 무력병합에 따른 결과였다. 식민지 류큐로 이주한 일본인 고가 다쓰시로(古賀辰四郞)가 센카쿠를 탐사했고 일제는 민간인들에게 사용권을 주는 방식으로 센카쿠를 점령했다. 일본이 조선에 이주한 자국민들의 이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식민정책을 편 것과 유사하다. 류큐 병합을 주도한 이는 당시 내무장관이던 이토 히로부미였고 그는 조선을 다음 병합 대상으로 삼았다. 독도 영유권도 이런 과정에서 강탈됐다."
-센카쿠 영유권 분쟁은 어떻게 풀어야 하나.
"영토에 대한 권리는 오랜 세월 동안 실질적으로 거주하거나 이용했던 주민들에게 있다는 것이 내 입장이다. 이에 비춰 무주지(無主地)를 선점했으니 자국 영토라는 일본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더구나 센카쿠 편입은 일본 제국주의 정책이 빚은 결과다. 일본은 '센카쿠에 영토 문제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오키나와 주민들이 고유의 영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국 역시 국가주의 논리에 근거한 영유권 주장을 포기해야 한다."
-오키나와 내부에서 제기되는 독립론에 동조하는 건가.
"오키나와는 일본에 강제편입된 이후 전쟁 중 학살, 미국의 지배와 반환이라는 시련을 거쳤다. 오키나와는 본토와 평등한 결합을 원했지만 돌아온 것은 차별이었다. 이런 차별이 구조적이고 심각하다는 점을 오키나와 사람들이 인식하면서 독립론이 활발히 제기되는 시기가 온 것이 사실이다. 스스로를 본토인과 구별 짓는 오키나와 고유의 정체성도 독립론을 강화하는 배경이다. 다만 독립 여부는 오키나와인 스스로 결정권을 갖고 선택할 문제다."
-오키나와가 독립하지 않는다면 영유권이 성립될 수 있나.
"동아시아는 국민국가 개념이 강하다 보니 독립 아니면 종속이라는 단순한 틀에 갇힐 때가 많다. 유럽연합(EU)만 봐도 국가 간에 다양한 방식의 관계 설정이 가능하다. 센카쿠 문제는 그린란드의 사례가 참고가 될 수 있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소속이지만 지리적으로 캐나다와 가깝다 보니 어업권, 방송권 관련 사안은 캐나다 지방정부들과 협의해 풀고 있다. 오키나와 역시 독자적 외교권을 갖고 일본·중국과 다면적 관계를 형성하는 등의 방식으로 영유권 행사가 가능하다."
-그런 해법이 독도 분쟁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센카쿠와 독도 분쟁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식민지ㆍ제국주의 정책에 대한 일본의 무반성에서 연유한다는 점에선 공통적이다. 강제병합을 영토문제의 기점으로 여기는 한국과 그렇지 못한 일본은 갈등할 수 밖에 없다. 일본은 독도 문제가 식민지배와 결부돼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런 바탕에서 양국 정부 대신 독도를 생활권에 두고 있는 양국 어민들의 대화를 통해 다른 차원의 분쟁 해소가 가능할 수 있겠다."
우에무라 히데아키 약력
△게이오대·와세다대 수학
△게이센대 교수ㆍ시민외교센터 대표
△시민외교센터·국제인권NGO네트워크 창립
△주요 연구 주제
-아이누(홋카이도)ㆍ류큐(오키나와) 등 일본 소수민족
-제국주의ㆍ식민지 문제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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