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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을 PB 강추… 브라질 펀드 3년째 쪽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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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을 PB 강추… 브라질 펀드 3년째 쪽박

입력
2014.02.0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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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김모(55)씨는 지난해 11월 브라질 국채에 여유자금을 투자했다 속앓이만 하고 있다. 채권 가격 하락도 문제지만,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환차손까지 더해 투자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조짐이기 때문이다.

김씨가 브라질 국채에 투자한 건 한 은행 프라이빗뱅커(PB)의 적극적인 권유 때문이었다. 주저하던 김씨에게 PB는 "지금이 바닥"이라고 거듭 설명했고, 그는 과감히 투자를 결정했다. 김씨는 "2012년에 주변 사람들이 PB 권유로 브라질 펀드에 가입했다가 낭패를 본 걸 목격했기 때문에 상당히 망설였다"며 "그래도 설마 이번에도 또 잘못된 권유를 할까 싶어 투자를 했는데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012년 수익률 폭락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신흥국 펀드가 1년여 만에 또다시 애물단지로 전락할 처지다. 당시에도 그랬듯 이번에도 PB들이 쏟아낸 '장밋빛 전망'을 믿고 돈을 넣은 투자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남미 신흥국 채권형 펀드 수익률은 연초 대비 -1.6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해외 채권형 펀드 전체 평균 수익률(0.42%)은커녕 신흥국 평균 수익률(-1.01%)에도 못 미치는 성과다. 1년 수익률도 -17.97%로, 신흥국 평균(-7.17%)보다 10%포인트 이상 손실이 컸다. 남미 신흥국 주식형 펀드 수익률도 연초 대비 -8.11%, 지난 1년 평균 -23.9%를 기록했다. 특히 브라질 펀드 실적이 더 나빴다. 연초 대비 -8.49%, 1년 평균 -30.13%의 큰 손실을 기록했다.

문제는 상당수 은행과 증권사 PB들이 작년 11월 앞다퉈 브라질 국채 투자를 권유했다는 점이다. PB들은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 축소를 예고한 상황에서 헤알화 가치가 안정세에 접어들고 금리 변동성도 축소되고 있다며 투자를 부추겼다. 다른 신흥국 채권에 비해 표면금리(이자)가 높고, 한ㆍ브라질 간 조세협약 체결로 이자 수익에 대해 비과세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적극 내세웠다. 브라질 정부가 단기성 외환 거래에 부과하던 6% 세율의 토빈세 폐지를 결정한 만큼 투자매력이 높아졌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당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시사하기 전인 지난해 5월 이전에 브라질 국채에 투자한 투자자들 수익률이 -30%를 기록하며 고전하던 때였다.

물론 섣불리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신흥국 펀드는 또 다시 위태롭다. 특히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던 PB들의 전망과 달리 헤알화 환율은 불안한 모습이다. 달러화 대비 헤알화 가치는 지난해도 15.11% 급락하는 등 3년 연속 10% 안팎의 하락세를 이어갔고, 올해도 지난달 연준의 양적완화 추가 축소 발표 이후 사흘 동안 1% 넘게 떨어졌다. 브라질 만이 아니다. 국내 증권사들이 판매한 터키ㆍ인도 채권도 통화가치가 하락하면서 1년 전과 비교해 30% 안팎의 평가 손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자본 유출을 억제하기 위해 브라질 중앙은행이 지난달 중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고, 터키 중앙은행도 최근 금리를 두 배 수준으로 높이는 등 신흥국들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채권가격도 곤두박질 치는 중. 투자자들로선 이중으로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은행 PB 고객인 최모(62)씨는 "PB들이 개인보다는 더 풍부하고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고 그들의 조언에 따라서 투자를 하는데 번번이 낭패를 보고 있다"며 "도대체 PB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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