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조치의 여진이 나흘간의 설 연휴 뒤 우리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환율은 달러당 14원 넘게 수직 상승했고, 주가도 1% 넘게 하락했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연휴 이전인 29일보다 무려 14.1원 폭등하며 1,084.5원에 마감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전 의장이 테이퍼링 가능성을 언급하며 신흥국 통화가치가 일제히 급락했던 작년 6월20일(14.9원 상승) 이후 7개월여 만에 최대 상승폭(원화 가치 하락)이다.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100억달러 추가 테이퍼링 조치 이후 우리 연휴기간 이어졌던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과 안전통화 집중 현상이 단 하루 동안 고스란히 응축돼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주가도 테이퍼링 후폭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코스피는 1.09%(21.19포인트) 떨어지며 1,919.96에 마감했고, 코스닥도 0.31%(1.58포인트) 하락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187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이날 일본 증시는 2% 가까운 낙폭(-1.98%)을 보였고, 호주 증시도 소폭(-0.06%) 하락했다. 중국, 홍콩, 대만 증시는 휴장했다.
100억달러 추가 테이퍼링이 이미 예고된 결과였음에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 금융시장이 큰 폭으로 출렁인 것은 향후 테이퍼링이 신흥국에 미칠 파장이 간단치 않음을 보여준다. 당국도 분주히 움직였다. 금감원은 이날 이기연 부원장보 주재로 국내 7개 시중은행 외화자금부장 등을 소집해 외화유동성 상황 점검회의를 가졌고, 한국은행도 박원식 부총재 주재로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열어 신흥국 시장 움직임을 점검했다.
일각에선 아르헨티나 터키 등에서 나타난 시장 불안이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로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폴란드, 헝가리는 이미 취약국으로 분류된 나라일 뿐"이라며 "아직 동유럽 전염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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