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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2월 4일]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입력
2014.02.0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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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배우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죽었다. 1967년생이니 향년 46세. 눈부신 20대에 세상을 떠 신화가 된 제임스 딘이나 리버 피닉스 등에 비하자면 딱히 요절이랄 수 있는 나이는 아니다. 그러나 생물학적 연령이 아니라 앞으로 있었을 행보에 눈을 돌리면 역시 요절이란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내가 본 그의 마지막 영화는 '마지막 사중주'였다. 그가 맡은 역할은 사중주단의 제2바이올리니스트. 제2바이올린은 빛나는 주인공이 아니다. 제1바이올린이 선율을 이끌면 이를 보조하는 동시에 첼로와 비올라를 불러 소리 전체를 조율하는 궂은 자리다. 영화 속의 그는 또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전 턱에 흰 수건을 받친다. 그 수건이 고상한 현악사중주 속에 시큼한 땀 냄새를 불러들이기도 한다. 호프만의 연기는 늘 그랬던 것 같다. 일급스타의 뒤를 든든히 받쳐주면서도 그 스타의 빛에 기죽지 않은 채 자신의 존재를 각인했고, 더불어 다른 배우들과의 앙상블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연륜과 내공이 쌓여야 전성기를 맞을 수 있는 스타일이었다. 그는 40대가 되어서야 절정에 다가간 듯 했다. 자신이 출연하는 작품과 함께 호흡하며 내면의 어둠을 끌어내는 절정. 나는 찬란한 신화보다는 구질구질하고 컴컴한 세속의 영역에 속한 이 배우의 연기를, 그 연기에 굵은 주름이 점점 더 깊이 배어가는 과정을, 오래오래 지켜보고 싶었던 것 같다. 명복을 빈다.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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