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초ㆍ중ㆍ고교의 학생 생활지도를 담당하는 교사들이 서울시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에 반대하는 연명 의견서를 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반영하지 않고 개정안을 확정했지만 시의회 논의 과정에서 현장의 의견이 수용될지 관심이다.
2일 교사들이 공개한 의견서에 따르면, 교사들은 "서울학생인권조례는 교권의 실추, 생활지도의 어려움, 학교폭력의 주범이 아니라 오히려 교권을 신장시키고, 생활지도가 학생인권이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가능함을 보여줬으며 학교폭력을 감소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면서 시교육청의 개정안에 반대했다. 이 의견서는 생활교육부장, 학생지원부장, 바름부장 등 생활지도 교사 19명이 이름을 올려 조례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 기간인 지난 달 18일 시교육청에 냈다.
연명을 주도한 서울 한 중학교의 생활교육부장 강덕구 교사는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용의복장 규정을 바꾼 학교가 절반도 안 될 정도로 학생인권조례가 일선 학교에서 제대로 시행되지도 않았는데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학교 분위기가 엉망이 됐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서울시교육청의 조례 개정 시도를 비판했다. 실제로 학생인권조례가 금지하고 있는데도 두발 제한을 학칙에 둔 학교는 중학교 87.8%, 고등학교 89.9%(2012년 10월 기준)에 달했다. 시행 2년 동안 학생인권조례가 대법원 제소 등 교육부, 서울시교육청 등의 무력화 시도에 시달린 결과다.
반대로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학칙을 개정하고 학생 참여를 권장한 학교들에서는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는 게 교사들의 의견이다. 삼정중의 학생지원부장 김승규 교사는 "혁신학교로 지정된 이후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토론을 거쳐 학칙을 만들고 학생의 의견을 존중하고, 자치활동을 장려하는 쪽으로 학교 문화를 바꿨더니 징계 건수가 도리어 낮아지는 등 학교가 평화로워졌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경우 학생 징계 건수가 가장 많을 때는 한해 130건(2009년)에 이르렀으나, 학칙 개정 이후에는 연간 평균 10여건으로 대폭 줄었다.
교사들은 의견서에서 시교육청이 내세운 조례 개정 이유도 반박했다. 조례 때문에 교권이 침해된다는 주장에 대해 영림중 학생지원부장 이명남 교사는 "학생의 두발 및 복장 허용이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교권) 침해라고 볼 수 없다"며 "인권을 배운 적이 없어 제 멋대로 행동해도 되는 것처럼 오해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해도 교육의 대상이지 규제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강덕수 교사도 "과거에도 군대 구타를 없앤다고 했을 때 '군은 구타가 있어야 잘 돌아간다'고 반박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여전히 군림하면서 학생을 통제하는 방식이 익숙한 교사들이 먼저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들이 나서서 반대 의견서를 냈지만, 서울시교육청은 논란이 됐던 조항을 손보지 않은 채 입법예고를 끝내고 이달 중순 서울시의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연명 의견서를 낸 교사들은 "시의회의 논의 과정에서라도 일선 교사들의 의견이 반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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