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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막으면 어떻게 먹고 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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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막으면 어떻게 먹고 살라고…"

입력
2014.02.0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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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해도 할 일이 없고, 월급도 못 받을 텐데 어떻게 하나요, 정부가 생계를 책임져 주지는 못할 망정 생계 수단을 빼앗는 게 말이 됩니까."

생명보험사 텔레마케팅(TM) 직원 박모(32)씨는 2일 인터뷰 내내 울분에 차 있었다. 그는 지난달 말 정부의 갑작스런 TM 업무 제한으로 일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사실상 실직 상태에 빠졌다. "아직 해고당한 건 아니다"고 하지만 일은 할 수도 없는 상황. 금융당국의 TM 금지 조치가 취해진 지난달 27, 28일은 오전근무만 했다. 그는 "말이 근무지 회사에 나가 상황 보고 변함이 없어 오전 11시에 퇴근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을 못하자 사측은 설 연휴 앞뒤로 하루씩을 더 붙여 쉬라고 했다. 박씨는 "회사도 정부 방침에 당황했는지 설 연휴 지나고 생각해보자고 했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는 것 같다"고 불안해했다.

매일 오전 10시~오후 6시 보험사와 제휴를 맺은 인터넷 쇼핑몰의 회원 정보를 활용해 100~200명에게 전화로 보험상품을 소개하는 게 그의 업무였다. 한 달에 5건의 보험계약을 성사하면 기본수당(100만원)과 활동수당(20만원)을 합쳐 120만원을 받았다. 10건이 넘으면 200만원도 받을 수 있다. 전화를 걸어 보험을 권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일정 조절이 편해 가정생활과 병행하려고 결혼 이후 직장을 옮긴 것이었다.

하지만 카드 정보 유출의 불똥이 TM 업무로 튀면서 모든 게 흐트러졌다. 사고 이후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 "정보 제공자가 누구냐" "불법으로 수집한 것 아니냐" 등 달라진 고객들의 태도는 그럭저럭 참을 만했다. 정작 화가 나는 것은 TM 영업을 불법 개인정보의 진원지로 단정하고 영업을 제한한 정부의 졸속 조치다.

텔레마케터 7만명이 졸지에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란 비난이 들끓자, 정부는 부랴부랴 금융회사에 TM 인력 해고를 금지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을 모른다는 아우성만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당국의 졸속 대책은 TM의 고용구조와 업무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현재 금융회사가 고용한 TM 인력 대부분은 금융회사가 위촉한 개인사업자 신분이다. 금융회사가 해고를 하지 않더라도 영업을 못하면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구조다. 박씨도 당장 이번 달 월급부터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계약건수가 5건을 넘지 않으면 기본수당은커녕 활동수당도 나오지 않는다. 박씨는 "하루 아침에 월급이 끊겨 생활비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금융당국이 TM 비중이 높은 보험사들을 골라 TM 영업을 허용한 것도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같은 텔레마케터이고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건 똑같은데 TM 업무를 금지한 업체 소속 텔레마케터들은 당장 어떻게 살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당국의 어설픈 대책에 이미 자리를 옮긴 텔레마케터도 부지기수인데다가 오히려 불법 영업을 부추긴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달 대학생 자녀의 학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텔레마케터 정모(57)씨는 "당장 생계가 걸려 있는데 정부나 회사 말처럼 무조건 기다릴 수 있느냐"라며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박씨는 "형편이 어려운 TM 종사자들이 거리에서 전단을 뿌리거나 불법적으로 정보를 모집해 대면채널이나 다른 방식으로 영업을 뛰고 있다는 얘기가 벌써 들린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정예원 인턴기자(국민대 일본지역학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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