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초부터 시작된 전세가격의 지속적인 상승, 매매가격의 70%수준으로 치닫는 전세가격비율, 전세가구를 넘어서는 월세가구수의 비중이 최근의 임대주택시장 현실이다. 그러나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은 여전히 5% 수준에 불과하고 주택바우처 제도는 올해에야 처음으로 시범사업이 시행될 예정이다.
임대주택시장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정부의 전월세 대책은 '주택시장 활성화 만능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주택 매매시장이 활성화되면 전세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매매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최근에도 전세가격은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원인 진단이 잘못되었거나 정책수단 선택이 잘못된 것이다.
최근의 임대주택시장 구조 변화는 소득계층별로나 지역별로 역진적인 효과를 유발하고 있다. 전세가 월세화되면서 저소득 세입자 가구에 부담이 늘어나지만, 자산보유자인 임대인에게는 수입증가로 이어진다. 전세의 월세전환율은 아파트가 낮고 단독ㆍ다가구주택이 높다. 서울의 경우 부유 지역인 동남권이 낮고 도심과 서남권이 높다. 고시원과 원룸의 단위면적당 월 임대료는 우리나라 최고급 주택인 타워팰리스보다 높다.
세입자들의 부담을 줄여주어야 할 정부의 전월세 대책도 부동산 시장 활성화 만능주의에 빠져 있어서 역진적 이기는 매한가지이다. 공유형 모기지를 통한 자가주택촉진정책이나 민간임대사업자 육성정책은 주택구매능력이 없는 세입자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지난해 말 국회도 매매시장 활성화를 명분으로 취득세 영구감면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조치 법률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과 같은 세입자 주거안정 대책은 끝내 외면하고 말았다.
전월세 시장 전환기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되는 세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월세에 대한 우선 정확한 정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전월세에 대한 정보 부족은 정부의 잘못된 전월세 대책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세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엄청난 불편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세입자들은 전월세 실거래가격을 알 수가 없어서 부동산 중개업체가 알려주는 가격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월세 소득공제 제도가 있지만, 임대인이 동의를 해주지 않아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다가구주택 세입자는 전체 주택의 전세금이 얼마인지를 확인할 수가 없다. 확정일자 등록제도를 제외하고는 임대차 지위를 확인하는 장치가 없다. 세입자들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몇 %의 전환율을 적용하는지 알 수가 없다.
최근 민주당의 이미경 의원 등은 '임대사업자가 등록을 신청할 수 있다'(임대주택법 제6조)는 규정을 3주택 이상의 민간임대주택 사업자의 등록을 의무화하는 임대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올바른 방향이고 임대사업자 등록에 따른 임대인들의 저항을 고려한 현실적인 방안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세입자는 2주택 이하의 비공식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임대주택에 대한 정보 확보 측면이나 임대수입에 대한 조세수입 확보 측면에서 모두 한계가 있다.
3주택 이상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할 것이 아니라 모든 임대차주택의 등록을 의무화해야 한다. 임대등록제를 전면 실시함으로써 주택유형별ㆍ지역별 임대료 수준과 계약조건 등에 대한 임대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이 정보를 공시하는 경우 세입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임대주택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이 정보는 세입자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 자료로뿐만 아니라 임대소득세 과세와 월세소득공제의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과세은퇴 후 임대소득으로 살아가는 고령 임대인이나 일정 수준 이하의 임대소득에 대해서는 과감히 비과세한다면 임대차등록에 대한 저항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준공공임대주택제도나 주택바우처 제도의 시행을 위해서도 임대주택등록이 우선되어야 한다. 임대주택과 세입자에 대한 정보 기반 없이는 자칫 예산낭비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세입자 대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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