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전후해 자주 등장하는 말이 '설 민심'이다. 신문과 방송은 설 직전에 '여야, 설 민심 잡기 총력전'이라는 기사를 내보냈고, 설 이후에는 '설 민심은 이랬다'는 인터뷰나 르포를 싣는다. 여야의 민심 설전도 어김없이 재연됐다. 새누리당은 민주당 등 야당의 '발목잡기'를 비난하는 여론이 많았다고 말하고,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의 오만과 불통, 무능에 대한 분노가 컸다고 주장한다.
설 연휴에 3,000만명 정도가 이동하고 가족 친지들이 모여 얘기를 하다 보면 정치적 현안에 대한 여론도 형성될 것이니, 설 민심이 있기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않았던 오래 전과는 달리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가 전달되고 평가가 이루어지는 요즘, 설 민심은 정치권이 호들갑을 떨 정도로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닌 듯싶다. 의미가 있다면, 좀더 나은 정치를 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은 계기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여야는 설 민심을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해 자기 논리를 강화하는 데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마침 오늘부터 2월 임시국회가 열린다. 카드 개인정보 유출,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폐지 논란, 국가정보원과 검찰 개혁 등 할 일은 널려 있다. 여야가 설 이전에 하던 대로 무조건 상대 입장에 반대하는 정쟁을 재연하면, 설 민심을 운운할 자격조차 없다. 카드 정보유출 만해도 청문회를 하든, 국정조사를 하든 경위를 밝히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책임을 물을 일이 드러나면 문책하면 될 일이다. 민주당은 관계 장관 사퇴하라는 주장만 하다가 날을 새는 잘못을 범해선 안 된다.
특히 지난해 나라를 뒤흔들었던 국정원 등 국가기관 선거개입 문제를 아직도 매듭짓지 못했다는 사실을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느닷없이 국정원에 휴대폰 감청 허용과 사이버 안보 총괄 역할을 주는 법안을 들이미는 것은 국정원 개혁을 공전시키자는 술수로 보일 뿐이다. 2월 국회에서는 말로만 떠들지 말고, 하나라도 제대로 된 결과를 국민 앞에 내놓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것이 민심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