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전에 의하면 'loser'에는 170여가지 뜻이 있다고 한다. '패자'라는 뜻을 포함해 이 어휘에 담긴 쓰임과 용례, 은어까지 포함한 것이다. 그러나 'loser-winner'의 의미는 사전보다 실생활에서 더 위력 있고 변화무쌍하다. 가령 '2등도 1등에게는 진 것이다(Second place is just the first place loser)'라고 말하면 lose의 의미가 매우 심각하게 들린다. '지는 게 이기는 것(Winning by losing)', '아름다운 패배(All the world loves a good loser)'라는 말도 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못생긴 것도 패자라고 말하는 작금의 사회 정서에서 loser라는 단어에는 그 단어 이상의 복잡한 의미가 숨어 있다.
우선 '전쟁에서는 옳고 그름이 없다. 승자가 옳고 패자는 할 말이 없다(At war, there's no right or wrong. Winner's right while loser's wrong)', '전쟁에서는 아무도 승자가 될 수 없고 평화 시에는 누구도 패자가 아니다(War has no winners and peace, no losers)', 누구나 날 때부터 승자이거나 패자인 사람은 없다. 각자 자기 하기 나름이다(You were not born a winner, and you were not born a loser. You are what you make yourself to be)'라는 말이 있지만 듣기만 좋을 뿐 현실감 있게 들리지 않는다.
아마도 최근 한국 정서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진보나 보수 얘기인데 서로 증오심을 불태우며 공격해대는 것도 일종의 루저 게임(loser game)이다. 진보 세력은 보수를 향해 '수구 꼴통'이라며 'They losers'라고 부르고 수구 세력은 '좌익, 종북' 딱지를 붙이며 'Pinko losers'라고 부르는데 이는 마치 1920년대에 미국에서 '빨갱이' 라는 딱지를 붙이던 것을 연상시킨다. 붉은 색을 red라고 하지 않고 pink색 딱지를 붙여 'Pinko(빨갱이)'라는 유행어가 생긴 지 거의 100년 지난 지금에도 한국 사회에서 이런 말이 횡행하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군가 loser라고 부르면 그는 loser가 되고 만다.
퓰리처 상을 받은 미국의 작가 칼 샌드버그는 자신의 묘비에 'The sorest loser that ever lived(가장 상처 받고 살았던 패배자)'라고 써달라고 부탁했다는데 그 진정한 속뜻이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특히 'What a loser!'같은 표현이 새로운 감탄사로서 연민과 통탄, 안타까움, 무시, 비난의 표현이 된 지금의 시대에는 loser이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