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폐하 씀씀이를 못 줄이겠으면 버킹엄궁을 비워 관광수입이라도 더 올리시지요."
영국 하원 공공회계위원회가 왕실 살림을 감사한 결과 적자 누적으로 올해 왕실 유보금이 사상 최저인 100만파운드(18억원)로 줄자 2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버킹엄궁을 비워 관광객이라도 유치해주기를 요청했다.
외신에 따르면 영국 왕실은 지난해 왕실재산 관리기구인 크라운 이스테이트로부터 전년보다 16% 오른 3,100만파운드(555억원)의 예산을 받았지만 무려 230만파운드(41억원)를 초과해 썼다. 이런 적자 살림이 반복되면서 대대로 전해오던 왕실 유보금은 연간 예산의 2%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불황으로 공공부문 예산이 대대적으로 삭감됐는데도 왕실 예산 삭감은 지난 6년간 5% 정도에 불과했다.
공공회계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적자 해결 방안으로 여왕의 공식 거처인 버킹엄궁을 관광객에게 더 개방하도록 권고했다. 전문가를 채용해 왕실 살림을 더 짜임새 있게 꾸려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해마다 7~9월 여왕의 여름휴가 기간에 일반에 개방되는 버킹엄궁은 지난해 관광객 50만 명을 유치했다. 이밖에 윈저궁 등 시설 입장료와 기념품 판매 등으로 영국 왕실이 지난해 거둔 수입은 1,160만 파운드 규모다.
하지만 왕실은 왕실대로 버킹엄궁과 윈저궁 등의 낡은 시설에 대한 중장기 개보수 사업이 절실한 데도 예산이 없어 엄두를 못내고 있다고 호소하는 실정이다. 버킹엄궁의 60년 된 보일러 시설과 단열 설비는 효율성이 크게 떨어져 연간 난방비만 310만파운드에 이르지만 해결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난방시설을 교체하려면 당장 3,000만파운드가 필요한데 시급한 사업이 수두룩해 여기에 충당할 예산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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