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권 유지 목적으로 부실 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판매해 4만여명의 개인투자자들에게 1조3,000억원이 넘는 손해를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써 지난해 9월 터진 '동양 사태'는 단일 그룹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액과 1999년 대우그룹 사태 이후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낳은 사건으로 기록되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후곤)는 28일 사기성 회사채와 CP를 발생해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으로 현 회장과 정진석 전 동양증권 사장, 김철 전 동양네트웍스 사장, 이상화 전 동양인터내셔널 사장 등 4명을 구속 기소하고, 이모 전 동양증권 사장 등 주요 임원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현 회장 등은 지난해 2~9월 동양레저와 동양캐피탈 등 계열사 CP와 회사채 1조3,032억원을 발행해 계열사인 동양증권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당시는 다른 증권사에서는 동양그룹 계열사의 CP와 회사채를 판매하지 않을 정도로 동양그룹의 부실이 시장에 알려져 있던 상황이다. 그럼에도 동양증권은 리스크를 검토해 고객을 보호기보다는 지점별로 판매량을 할당하고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판촉 활동으로 개인투자자를 끌어 모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오리온그룹이 동양그룹을 지원한다거나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등의 허위사실로 투자자들에게 구매를 권유한 사실도 밝혀졌다. 투자자들의 돈은 현 회장이 그룹 경영권 유지를 위해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사는 데 사용됐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같은 범행은 동양증권을 계열사로 둔 덕에 가능했던 것으로 증권사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이용한 사기 범죄"라며 "이로 인해 피해는 금융기관이 아닌 투자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소액 개인투자자에게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현 회장 등은 또 결제능력이 없는 계열사가 발행한 사기성 CP와 어음 6,231억원을 다른 계열사가 매입하게 함으로써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 등의 동반 부도를 초래하는 등 총 6,532억원 상당을 계열사에 부당 지원한 혐의(배임)도 적발됐다. 계열사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자산 및 매출을 부풀려 재무제표를 허위로 공시하는 등 분식회계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현 회장을 포함한 임원 일부는 각자 수억원의 회사 돈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한 횡령 범죄도 저질렀다.
검찰 관계자는 "현 회장은 부도의 위험성을 명백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구조조정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기보다 그룹 경영권을 지배하기 위한 욕심에 피해를 오히려 확대시켰다"며 "미공개정보 이용에 의한 주가 조작이나 금융당국에 대한 로비 등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현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이 범행에 공모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