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의 자존심 이용대(26ㆍ삼성전기)의 올 9월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국제배드민턴연맹(BWF)은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용대와 김기정(24ㆍ삼성전기)이 '소재지 보고 기피'로 자격 정지 1년의 징계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BWF는 이용대와 김기정이 지난해 3월, 9월, 11월 세 차례나 소재지 보고에 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세계 반(反)도핑기구(WADA)는 소재지 보고 위반 '삼진 아웃'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용대와 김기정이 첫 희생양이 됐다.
한국 도핑방지위원회 관계자는 18개월 내에 3차례나 선수의 소재지를 보고 하지 않으면 WADA는 해당 선수에게 징계를 내린다고 설명했다. 대한 배드민턴협회도 이날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의 징계 사실을 확인했다.
배드민턴 협회는 "이용대, 김기정이 지난 13일 덴마크로 건너가 WADA 청문회에 참석해 무혐의를 주장했으나 WADA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중수 협회 전무이사는 "작년 3월과 11월 WADA 검사관들이 선수들의 소재지로 등록된 태릉선수촌을 방문했을 때 두 선수는 국내ㆍ국외 대회에 참가하느라 선수촌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9월에는 소재지 보고를 (협회가)온라인으로 입력해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협회가 선수의 대회 참가 일정 등을 미리 WADA에 보고하지 않아 징계를 자초했다는 의미다. 김 전무이사는 그러나 "이번 징계는 약물 검사와 관련한 절차 규정 위반에 따른 것"이라며"WADA의 불시 검사 때 현장에 없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것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선수가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도록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적극 항소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배드민턴 협회의 안일한 대응에 대해 사후 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며 비난의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대표선수 관리를 잘못해 안방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을 '남의 잔치'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이용대가 주축인 남자복식과 여자단식에서 금메달 2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자격정지 징계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협회측은 이용대, 김기정이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이 아니라, 도핑테스트 절차 위반이란 점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설득력이 거의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남자 테니스의 빅토르 트로이츠키(28ㆍ세르비아)도 지난해 도핑검사에 쓸 혈액 샘플 제출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국제테니스연맹(ITF)으로부터 18개월 출전 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