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취임 이후 군부와 파워게임을 벌이던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그해 8월12월 군 최고실력자 후세인 탄타위 국방장관을 전격 해임하고 압델 파타 엘시시(59) 국방부 정보국장을 후임으로 임명했을 때 "엘시시는 무슬림형제단이 군부에 심어놓은 꼭두각시"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아랍권에서 가장 세속화된 이집트에서 니캅(무슬림 여성이 착용하는 얼굴 가리개) 차림을 고수하는 그의 부인도 이런 루머를 키웠다.
엘시시는 그러나 무르시 앞에서 취임선서를 한 지 채 1년도 안 된 지난해 7월 "정부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며 권력을 접수했고 무슬림의 반발을 무력을 동원해 철저히 탄압했다. 엘시시의 군부는 이집트 첫 민선정부였던 무르시 정부가 불러들인 '트로이의 목마'였던 셈이다.
엘시시는 조만간 치러질 대선을 통해 최고통치자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그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군최고위원회는 27일 "엘시시 장군이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바람을 존중한다"는 성명을 냈다. '대중의 요구'와 '군부의 위임'을 출마의 단서로 내걸고 있는 엘시시에게 확실한 명분을 제공한 것이다. 이집트 과도정부도 이날 육군대장인 그를 최고 계급인 원수로 승진시키며 대선 출마를 위해 전역할 그에게 '훈장'을 줬다. 제이 카니 미국 백악관 대변인도 "이집트 국민만이 정권교체를 위한 단계를 밟아나갈 수 있다"며 그의 대선 출마를 사실상 받아들였다.
1977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임관한 엘시시는 육군 보병과 정보 부문에서 두각을 보였다. 기갑부대 사령관, 북부군 참모총장, 국방부 정보국장을 거치며 고속승진한 그는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정권 축출 직후 실권을 장악한 군최고위원회에 최연소 위원(정보국장)으로 입성했다. 워싱턴에서 유학했고 미군과의 작전ㆍ정보 분야 협력에 오랫동안 관여한 미국통이기도 하다. 2년 전 국방장관에 발탁할 때까지 대중적으로 무명이었지만 무르시 정부가 무리한 이슬람주의 정책을 펴는 동안 신중하면서도 과단한 처신으로 민심을 얻었다.
가말 압델 나세르 전 대통령(1956~70년 재임) 이후 이집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군인 정치가로 등극했지만 엘시시의 앞날이 집권 후에도 밝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무슬림형제단을 위시한 반정부 세력의 시위가 본격화되면서 정국 불안이 예상된다. 엘시시가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라는 이미지 외에 국가 운영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적이 없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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