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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금융 "사실상 영업정지… 정보유출 책임을 왜 우리가 떠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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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금융 "사실상 영업정지… 정보유출 책임을 왜 우리가 떠안나"

입력
2014.01.2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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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권유 마케팅(TM) 전면 금지 조치가 내려진 27일 서울 한 카드사 TM센터에서는 예정에 없던 민원교육, 정보보안 교육 등이 진행됐다. TM 상담원 160여명 중 절반가량만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교육에 참여했다. 나머지는 영업을 할 수 없게 됐다는 통보를 받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되돌아갔다. 계약직으로 채용된 TM상담원 권모(42)씨는 "갑자기 영업이 중단되면서 일자리를 잃게 됐다"며 "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왜 우리가 떠안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카드사의 정보유출사태의 불똥이 보험 캐피털 등 제2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3월 말까지 금융회사에 전화나 문자, 이메일 등 비대면 영업을 일제히 중단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TM 비중이 어중간한 제2금융권 회사들은 당장 영업에 타격을 입게 됐다. 정부가 TM 비중이 70% 이상인 라이나생명과 손해보험사 6곳(AIG, ACE, AXA, ERGO, 더케이, 하이카)은 판매중단 조치에서 제외해주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흥국화재(20.9%), 동부화재(11.2%), LIG손보(8.7%), 현대해상(8.4%) 등이 TM 비중이 높으면서 70%에는 못미치는 기업들이다. KB생명(27.4%), 신한생명(19.9%), AIA생명(15.6%), 흥국생명(12.6%)도 TM 비중이 10%를 훌쩍 넘는다. 이날 금융당국이 마련한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보험사 고위관계자는 "당국의 갑작스러운 결정은 보험업계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TM비중이 70%이상인 보험사들이 TM 시장을 독식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부수업무로 보험을 판매해온 카드사도 제동이 걸렸다. 카드사와 제휴한 보험사의 상품을 고객에게 전화해 판매하고 수수료를 올리는 카드쉬랑스 판매액은 지난해 1조6,000억원에 이른다. 전업(專業)계 카드사 관계자는 "TM업무를 중지하면 창구가 많은 은행계 카드사만 절대적으로 유리해진다"며 "이번 조치가 정보유출을 막기 보다는 보험과 카드시장이 재편되는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매한 TM 금지기준으로 혼란도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에게 TM으로 상품설명을 한 뒤 계약은 만나서 하는 것도 금지되는 것인지, 온라인으로 보험에 가입한 뒤 전화로 이를 확인하는 업무도 안 되는 것인지 도통 기준을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은행에서도 "대출이나 적금만기 등을 전화로 알리는 것도 금지 대상인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금융당국은 업계 반발이 커지자, 보험협회 등을 통해 입장을 정리해 다시 TM 금지기준을 정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대출권유 상담을 주로 TM에 의존하는 저축은행과 캐피털사 등 대부업체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저축은행과 캐피털의 신용대출 판매액 중 대출모집인을 통한 비중이 각각 64.9%, 40%에 달한다. 대출모집인들 대부분이 TM을 활용한다. 한 대출모집인은 "창구가 많은 은행과 달리 캐피털사들은 TM이 절대적인데 이번 조치는 사실상 영업정지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당국의 조치에 TM 상담원들은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됐다. TM종사원들의 모임인 한국컨택협회에 따르면 카드 보험 캐피털 등 금융에서 TM 업무에 종사하는 인력은 정규직만 2만6,000여명이지만, TM 상담원 대부분이 비정규직인 것을 감안하면 7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TM상담원 이모(34)씨는 "수만 명의 생업이 달린 문제를 금융당국이 하루아침에 결정했다"며 "계약직 신분으로 성과급 비중이 훨씬 높은데 업계 전체가 영업이 정지되면 이직도 할 수 없어 앞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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