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태에 관한 국회 논의 형식을 두고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특위를 통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문책 차원의 경제팀 교체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금융위원회뿐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 총괄 부처인 안전행정부 등 복수의 부처가 관련된 만큼 특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특위 구성과 국정조사는 자칫 불필요한 정쟁만 일으킬 수 있으니, 금융정책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 차원의 정책청문회에서 다루는 게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이번 사태는 신용사회의 근간을 뒤흔든 재앙이자, 국내 금융소비자 대다수의 피해와 관련된 생활 현안이다. 따라서 국회에서 사태의 경위와 책임을 따지고 시스템 개선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여야가 시작부터 국회 논의 형식을 두고 정략적 공방을 벌이는 모습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작 절실한 사태 분석과 제도개선 논의는 실종되고 고질적 정쟁만 남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미 정부 차원의 대증(對症) 처방은 얼추 나온 셈이다. 우선 개인정보 유출 시 금융사에 대한 징벌적 과징금 부과 및 경영진 문책 강화를 골자로 한 징계 강화안이 마련됐다. 아울러 유출된 개인정보를 유통ㆍ활용하는 업체나 개인에 대한 가중처벌 방침도 나왔다. 이번에 유출된 정보를 이용한 2차 금융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6월까지 스팸문자와 스미싱을 전면 차단하는 비상조치도 시행에 들어갔다. 따라서 국회에서는 허겁지겁 남발된 각종 대책의 타당성을 차분히 검토해 범죄는 막되,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제도 정비를 서두르는 게 최우선이다.
적절한 대책을 세우기 위해 사태의 경위와 책임을 엄정히 따지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신속히 진행되기 위해서라도 여야가 국회 논의의 형식을 두고 공연한 소모전을 벌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야당으로선 차제에 정부 여당의 실정을 더욱 크게 부각시키고자 하는 계산이 없을 수 없겠지만, 그러다 스스로 정쟁에 휘말려 또 다시 변죽만 울리다 말 가능성이 없지 않다. 내실 있는 논의를 위한 현실적 선택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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